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아름다운 여자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사람의 외모를 놓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꺼려지지만,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 1874~1933)이라는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큰 인기를 끌었다.

 

1874년 12월 20일, 영국 런던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메리 앤 베번(출생명: 메리 앤 웹스터, Mary Ann Webster)은 7명의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좋은 어머니가 되겠다는 꿈을 가슴 속에 품고 살던 메리는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1903년, 당시로서는 늦은 나이인 29세에 꽃집을 운영하는 토마스 베번(Thomas Bevan)과 결혼해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다. 부부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애정 넘치는 화목한 가정을 꾸려갔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사람의 외모를 놓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꺼려지지만,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 1874~1933)이라는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큰 인기를 끌었다. 1
▲ 메리 앤 베번의 젊은 시절

 

그러나 32세 즈음부터 메리에게 심한 편두통이 찾아왔다. 거기에 근육통과 관절염까지 더하며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이 가련한 가족에게는 철저한 검진을 받을만한 돈이 없었고, 돈을 벌어야 했던 메리는 병원에 가야 할 시간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어느새 메리의 건강은 누가 봐도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특히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이 변해가는 것은 의사가 아니더라도 알아볼 수 있는 건강악화의 신호였다. 조막만 하던 그녀의 얼굴은 커졌고 코와 귀도 자라났으며 아래턱은 실로 거대해졌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사람의 외모를 놓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꺼려지지만,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 1874~1933)이라는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큰 인기를 끌었다. 3
▲ 병이 악화된 메리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단순히 살이 찐 게 아니라 두개골 자체가 변형되었고, 곧 발과 손이 커지고 어깨까지 넓어지며 체형이 달라졌다. 더 이상 메리는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고 누가 봐도 여자 드레스를 훔쳐 입은 덩치 큰 남자처럼 보였다.

 

다행히도 그녀의 남편 토마스 베번은 아내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잊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끔찍한 외모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고운 심성을 가진 메리를 여전히 사랑하며 이전과 다름없이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1914년 남편이 사망하며 그녀의 믿음직한 기둥이 사라지고 만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사람의 외모를 놓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꺼려지지만,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 1874~1933)이라는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큰 인기를 끌었다. 5
▲ 여성스러운 모습이 사라진 메리 앤 베번

 

메리의 병명은 과도한 양의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계 장애 질환인 ‘말단비대증(acromegaly)’이었다.

 

지금도 치료가 어려운 병으로, 하물며 20세기 초에는 성장을 멈출만한 치료는 기대조차 하기 힘들었기에 메리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거리에 나가면 짓궂은 아이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이웃들은 자신들에게는 장난이었을지 몰라도 온갖 추한 별명으로 그녀를 불러댔다.

 

하지만 메리 앤 베번은 어머니였다. 자신만 믿고 있는 자녀들을 부양하기 위해 억척스럽게 온갖 일을 하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심지어 도시에서 ‘가장 남성적인 여성’을 선발하는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출전을 감행했다.

 

당연하게도 질병을 앓고 있는 메리가 우승했고, 주최측과 언론은 그녀에게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우승으로 상당한 금액과 명성을 얻은 메리는 여러 공연에 참가할 수 있었고, 적지 않은 부수입을 올리며 굴욕에 대한 대가를 보상받았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사람의 외모를 놓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꺼려지지만,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 1874~1933)이라는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큰 인기를 끌었다. 7
▲ ‘세계 최고의 추녀(The World’s Ugliest Woman)’로 발행된 카드

 

어느새 영국 밖으로 명성(?)이 퍼져나가자 메리는 당대의 쇼맨 사무엘 W. 곰퍼츠(Samuel W. Gompertz, 1868~1952)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곰퍼츠는 전세계의 장애인과 기인, 원주민을 모아 뉴욕 코니아일랜드의 드림랜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던 쇼였기에 메리는 초대를 수락하고 자녀들과 미국으로 이주했다.

 

공연에서 메리의 역할은 단순했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던지는 날 선 농담을 받아들이며 웃음거리가 되었고, 추한 여성이자 남성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착용했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사람의 외모를 놓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꺼려지지만,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 1874~1933)이라는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큰 인기를 끌었다. 9
▲ 드림랜드 괴물쇼에서의 모습(아랫줄 왼쪽에서 네번째)


1933년 12월 26일, 메리는 59세로 사망할 때까지 드림랜드와 서커스 쇼에서 공연했다. 당시 비슷한 질병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 그녀보다 훨씬 일찍 사망한 것에 비하면 장수했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사람의 외모를 놓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꺼려지지만,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 1874~1933)이라는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큰 인기를 끌었다. 11
▲ 메리와 그녀의 네 자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메리 앤 베번의 희생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젊은 시절 미녀에서 아무런 잘못 없이 괴물이 되어버린 비참함을 받아들이기는 여자로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는 ‘세계 최고의 추녀’라는 타이틀을 받아들이기까지 했는데, 이는 자식들을 부양하기 위한 어머니로써의 위대한 모성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메리 앤 베번은 실은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독립적인 어머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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