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으로부터 도시를 구한 자동차

오늘날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이면서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기오염수치가 악화되면 공장의 굴뚝과 함께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이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이기 때문에 친환경차량 개발소식은 인류를 구원하는 뉴스처럼 다뤄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명의 필요악 ‘자동차’가 없었다면 현대의 도시는 깨끗한 풍경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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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차와 자전거가 등장한 네덜란드 고속도로


1차 석유파동(오일쇼크) 당시 유럽 각국은 물론 한국 등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휘발유 가격이 치솟자 자전거 판매가 급증하고 도로에는 마차가 다시 등장하는 등 큰 소동을 겪었다.

 

 

이를 통해 자동차가 출현하지 않았다면 현대는 大자전거의 시대가 도래했을 것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물론 자전거는 개인교통수단이므로 인력거와 마차, 말이 끄는 버스들이 대중교통과 운송수단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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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대 경성의 인력거


실제로 지금도 유명한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 김첨지가 활동하던 1924년의 경성은 인력거가 점차 자동차에게 자리를 내주던 시기였는데, 중일전쟁이 발발해 연료난이 심화되자 줄어들던 인력거 숫자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런던과 뉴욕의 ‘말똥 위기’


그렇다면 매연을 뿜어내지 않는 ‘살아있는‘ 운송수단의 시대는 친환경적이었을까.

 

19세기 후반, 즉 자동차가 출현하기 직전까지 전 세계의 대도시는 말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말들이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날라야 했던 것이다.


이 엄청난 수의 말들은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었다.

 

말 한 마리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6~15kg의 똥을 배출했고 런던 거리는 지저분한 똥과 거기에서 나오는 냄새,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장티푸스와 또 다른 질병을 야기하는 파리로 들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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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지나간 흔적


1894년, 타임스(The Times)는 ‘반세기 안에 런던은 9피트(2.7m) 깊이의 말똥 아래에 묻힐 것‘이라며 절망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 1894년 뉴욕은 매일 250만 파운드(약 1,134톤)의 똥과 6만 갤런(약 22만 7천 리터)의 오줌을 남기는 10만 마리의 말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고, 거리의 마른 똥은 말발굽으로 일어나는 먼지와 함께 사람들의 호흡기를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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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차와 마차가 혼재하는 1911년 뉴욕 11번가. 말똥을 치우는 청소부가 보인다.


1898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국제도시계획 회의에서 다루어진 당면과제는 경제개발, 도시계획, 주택건설 등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 거리를 뒤덮는 말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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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0년에 상상한 1900년의 오물로 뒤덮인 뉴욕거리


위기의 순간에 나온 것이 바로 헨리 포드(Henry Ford)가 대량생산방식으로 세상에 선보인 저렴한 자동차였다. 1910년대에는 전차와 버스가 거리를 차지하며 빠르게 골칫거리 마차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피맛길(피맛골)


한국의 경우도 조선시대의 육조거리(현 세종대로)는 고관대작들의 말과 마차들이 오가던 곳이었다.

 

백성들은 이 행차를 피해 좁은 골목으로 다녔는데, 이렇게 형성된 길이 오늘날 ‘말을 피해 다니는 길‘이라는 뜻의 ‘피맛길(避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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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옥사이에 좁게 형성된 피맛길


왕족과 고관대작들에게 불편하게 예를 표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의 런던, 뉴욕과 마찬가지로 말과 마차들이 다니는 거리에 일어나는 흙먼지, 배설물, 냄새, 들끓는 파리 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굳이 타임머신을 타지 않아도 유추가 가능하다.

 

사람들은 똥과 구토를 유발하는 냄새를 피해 좁은 골목으로 다니기 시작하며 길을 만들어냈고 인파가 많은 곳에 음식점과 주점이 들어서기 시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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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된 현재의 피맛길


이처럼 내연기관 자동차는 오늘날 환경파괴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친환경의 적‘이 되었지만, ‘말똥 위기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자동차는 세상을 구원해 줄 ‘친환경 마차‘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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