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에서 쫓겨난 늙은 수사자의 운명

아프리카의 수사자는 적수가 없는 ‘짐승의 왕’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각 개체의 전성기는 찰나에 불과하다.

 

수사자가 육체적으로 최고의 상태에 오르는 것은 5~10세 사이의 시기로 이때가 지나면 ‘은퇴’가 기다리고 있다. 은퇴라는 것은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내준다는 것이지만, 사자의 세계에서는 비참하게 쫓겨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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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수사자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5~6세가량의 젊은 수사자는 나이 많은 수사자가 거느리고 있는 무리를 습격한다. 왕국을 양보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젊은 사자의 힘을 당해낼 도리가 없는 늙은 수사자는 죽거나 달아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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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자들의 결투


이때 새로운 수사자는 자신의 혈통이 아닌 어린 사자들을 모조리 죽이므로 드물게 암사자들이 합심하여 새로운 왕을 막아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운 좋은 상황은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쫓겨날 시간이 조금 더 연장될 뿐이다.


순응한 암컷들이 새로운 왕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상황은 정리된다. 새 왕이 된 수사자는 기존의 왕과 마찬가지로 드러누워서 암사자들이 사냥해오는 먹이를 먹고 그늘에서 잠을 자는 호화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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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자와 암사자


가끔 수사자가 사냥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왕은 자신의 왕국과 새끼들을 또 다른 수사자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다쳐서는 안 되며 건강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아무 일 하지 않고 게으른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실 종족보존을 위해 잘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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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는 대형 육식동물 중 무리를 이루고 사는 종이다.


또한 수많은 수사자 중에 왕이 되는 개체는 소수이다. 우두머리가 된다 하더라도 즉위 기간은 평균적으로 불과 2~3년. 여러 형제 수사자들이 결속해 있는 무리는 좀 더 길게 자신들의 왕국을 지킬 수 있겠지만 그래 봐야 4~5년 정도로 연장될 뿐이다.


최강으로 군림하던 수사자가 풋내기 사자들에게 꽁무니를 빼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굴욕스러운 것이지만, 쫓겨난 수사자도 선택의 여지없이 또 다른 생존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암사자와의 유대관계 속에서 안정을 누리던 것들을 이제는 홀로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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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쫓겨난 수사자


왕은 하루아침에 떠돌이 사자가 되어 사냥을 하기 위해 수시간 동안 숨죽여 매복을 하고, 숨이 터질 듯이 달리고, 하이에나 무리와 죽은 동물을 놓고 싸우고, 코끼리와 버펄로와 같은 대형동물로부터 도망 다니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

 

차라리 2~4세 무렵에 무리에서 아버지 사자에게 쫓겨난 청년기 사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다. 이들은 정점의 자리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떠돌이 생활에 익숙하며 점점 육체적으로 강해지는 시기이므로 험난한 자연에 적응하기가 훨씬 쉬운 것이다.

 

하지만 늙은 수사자는 낯선 떠돌이 생활에 노화까지 겹쳐 사냥 성공률도 떨어지고 결국 잘 먹지 못하며 쇠약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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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의 떠돌이 늙은 수사자 스카이베드 스카(Skybed Scar) ©Larry A. Pannell


위 사진 속의 스카이베드 스카라는 수사자는 왕으로 군림하다 쫓겨나 2018년 쇠약해진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는데. 사실 이런 방식으로 떠돌이 수사자가 천수를 다하는 것은 행운이다. 보통은 하이에나 또는 굶주린 다른 육식동물들의 공격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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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2020년 1월 9일, MBC 창사 5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에서는 ‘트로피 헌터’라 불리는 여성 사냥꾼 올리비아 오프레가 등장해 ‘곧 죽을 늙은 사자를 돈을 주고 사냥하는 게 정말 안 될 일이냐’라는 말을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바로 이런 무리에서 쫓겨난 수사자들의 잘 언급되지 않는 비참한 운명을 들춰낸 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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