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먼 거리(460만㎞)를 달린 자동차

그리스 데살로니가(Thessalonica)의 택시기사 그레고리우스 사치니디스(Gregorios Sachinidis)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 자신의 1976년형 벤츠 240D를 기부했다.

 

그의 차는 연식만으로도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주행거리는 무려 460만㎞를 기록하면서 ‘차 1대로 달린 가장 긴 주행거리’로 세계기록을 세웠다.

 

참고로 460만km는 지구를 115바퀴 달릴 수 있는 거리이며, 지구와 달을 5번 왕복(40만km로 계산할 시)하고도 60만km가 남는 어마어마한 거리이다.

 

이 거리는 25년간 매일 500km를 달려야 가능한 수치이기 때문에 의심도 들법하다. 하지만 벤츠에는 하이 마일리지 어워드(High Mileage Award)라는 인증이 있는데 25만/50만/75만/100만/161만km 주행거리 단위로 차량 소유자에게 인증 배지를 수여하며,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서류를 접수하고 차량을 공인딜러에게 확인받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다.

 

또한 그레고리우스는 1990년대 유고 내전 당시 적십자사의 의뢰를 받아 의약품이나 생필품들을 베오그라드까지 매일같이 쉴 새 없이 실어 날랐다. 그리스 데살로니가에서 세르비아(구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는 최단거리가 630km이며, 안전하게 돌아가게 되면 800km에 달하는 거리. 최소 왕복 1200km는 훌쩍 넘어가는 거리를 수백 번이나 다녔으니 엄청난 거리를 당시에 축적한 것이다.

 

게다가 택시영업도 짧은 거리를 여러 번 태우는 방식이 주가 아니다. 그는 동생이 운영하는 데살로니가의 여행사에 고정적으로 고용되어서 고객을 실어 나르는데 불가리아(약 300km), 터키(이스탄불까지 약 600km), 독일 베를린(약 2200km) 등 장거리 운행을 전문적으로 해왔다고 한다.

 

그레고리우스가 1981년 독일에서 이 차를 구입했을 당시에 이미 22만km를 달린 중고였는데, 돌이켜보면 새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이후 그는 2004년 7월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택시운행을 하였고, 원래 엔진을 포함하여 3개의 엔진을 교체해가면서 주행거리를 늘려나갔다.

 

사실 이렇게 연식이 오래된 차량을 오랜기간에 걸쳐 AS를 받으면 제조사 측에 살짝 미안한 느낌도 들 법하다. 그리스도 마찬가지인지 그레고리우스는 차량을 기증하기 몇 해 전, 이렇게 오래된 차량에 대해 변함없이 완벽한 AS를 해주는 것에 대해 다임러 AG의 사장과 이사진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감사의 편지에 대한 답례로 다임러 AG측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 그레고리우스를 초청하였고, 이때 그는 자신의 차량을 박물관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 벤츠 C 200 CDI

다임러 AG측은 “이 차량은 벤츠의 역사이며 기술력과 내구성, 그리고 고객과 제조사와의 신뢰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애장품인 차를 기증받는 대신에 그레고리우스에게 벤츠 C 200 CDI 신차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