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80) 1950년대의 패션, ‘총알 브라(Bullet Bra)’
1941년, 펄마리프트(Perma-lift) 사가 출시한 ‘불릿 브라(Bullet Bra)’는 단어 뜻 그대로 총알 형태의 브래지어였다.
로봇 애니메이션 속 여성 로봇들의 가슴 부위에 미사일 사일로가 설치된 형태와 비슷했으며, 실제로 ‘어뢰 브라(torpedo bra)’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등 전쟁이 강타한 시대를 반영하는 이름이었다.
▲ 가슴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마징가Z의 ‘비너스 A’
시선을 어느 곳에 둬야 할지 민망한 이 트렌드는 전후 반향이 일어나던 1950년대에 들어서며 서구사회를 강타했다.
▲ 펄마리프트(Perma-lift)의 불릿 브라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재질의 불릿 브라는 뾰족한 원추형 컵이 동심원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이보다 앞서 등장한 ‘스웨터 걸(Sweater girl)’이라고 명명된 캐시미어나 앙고라 재질의 몸에 꽉 끼는 스웨터를 입는 패션과 결합되어 절정을 이루게 된다.
당시 ‘불릿 브라를 착용한 스웨터 걸‘은 전후 도덕성이 타락한 모습으로 지목당하기도 했지만 인기가도를 달리던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착용하면서 일반 여성들에게도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 지나 롤로브리지다(Gina Lollobrigida)와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
하지만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유행하는 1960년대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불릿 브라는 구식이 되어 사라졌다. 다만 지금도 남아있는 사진 속에서 1950년대 섹시함을 표방한 여성 모델과 배우들의 전형적인 불릿 브라+스웨터 걸 패션을 볼 수 있다.
연예인들의 ‘총알 브라’와 ‘스웨터 걸’ 패션
▲ 미국의 배우 라나 터너(Lana Turner, 1921~1995)는 1937년 영화 ‘데이 원트 포겟(They Won’t Forget)’에서 처음으로 타이트한 니트 상의를 입고 등장했다. 당시 영화의 홍보담당자들은 사람들의 뇌리에 쉽게 각인될 수 있도록 그녀에게 ‘스웨터 걸(The Sweater Girl)’이라는 별명을 붙였고, 이는 이 용어가 사용된 첫 번째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 194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Golden Age) 최고의 스타 리타 헤이워드(Rita Hayworth, 1918~1987)
▲ 1950년, 영국 배우 다이애나 도스(Diana Dors, 1931~1984)
▲ 1950년대, 전설적인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1932~2011)의 스웨터 걸 패션.
▲ 1950년대, 인기 핀업모델이었던 베티 브로스머(Betty Brosmer, 1935~ )의 스웨터 걸 패션.
▲ 1950년대, 영국 글래머모델 사브리나(Sabrina / Norma Ann Sykes, 1936~2016)
▲ 1950년대, 미국 여배우 마사 하이어(Martha Hyer, 1924~2014)
▲ 1950년대, 미국 배우 테리 무어(Terry Moore, 1929~ )
▲ 1950년, 영화 ‘다크 시티(Dark City)’에 출연한 리자베스 스콧(Lizabeth Scott, 1921~2015)
▲ 1950년 미스 스웨덴 출신의 배우 아니타 엑베리(Anita Ekberg, 1931~2015)
▲ 1952년, 미국 가수 패티 페이지(Patti Page, 1927~2013)
▲ 1953년 미스 USA 마이어너 핸슨(Myrna Hansen, 1934~ )
▲ 1953년, 영화 ‘배틀 크라이(Battle Cry)’를 촬영 중인 앤 프랜시스(Anne Francis, 1930~2011)
▲ 1953년, 칸영화제에 참석한 19세의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 1934~ )
▲ 1953년, 영화 ‘턴 더 키 소프틀리(Turn the Key Softly)’에 출연한 조앤 콜린스(Joan Collins, 1933~ )
▲ 1954년, 영화 ‘휴먼 정글(The Human Jungle)’에 출연한 잰 스털링(Jan Sterling, 1921~2004)
▲ 1954년, 영화 ‘로마의 여인(Woman of Rome)’ 홍보사진 속의 지나 롤로브리지다(Gina Lollobrigida, 1927~2023)
▲ 1950년대, 이탈리아 여배우 소피아 로렌(Sophia Loren, 1934~ )
▲ 1954년, 영화 ‘구부러진 길(Drive a Crooked Road)’에 출연한 배우 다이안느 포스터(Dianne Foster)
▲ 1957년,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 1933~1967)의 화보 촬영.
▲ 1957년, 영화 ‘드라큘라의 피(Blood of Dracula)’에 출연한 산드라 해리슨(Sandra Harrison, 1935~ )
▲ 1957년, 영화 ‘노타임 비 영(No Time to Be Young)’에 출연한 메리 앤더스(Merry Anders, 1934~2012)
▲ 1956년, 영국 잉글필드 그린(Englefield Green)의 자택에서 촬영한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
▲ 1958년, 미국의 작가이자 모델이었던 앨리스 덴햄(Alice Denham, 1927~2016)의 화보.
▲ 1958년, 영화 ‘하이 스쿨 컨피덴셜(High School Confidential)’에 출연한 마미 밴 도런(Mamie Van Doren, 1931~ )
▲ 1959년, 미국의 배우 겸 모델 조이 랜싱(Joi Lansing, 1929~1972)
1968년, 월스트리트를 떠들썩하게 한 스웨터 걸
1968년 8월 말, ‘뉴욕의 아침 출근길에 스웨터 걸이 등장한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더니 9월 18일이 되자 2천여 명의 남성들이 미스터리한 여성의 출근길에 나타났다.
▲ 1968년, ‘월스트리트 스웨터 걸(Wall Street’s Sweater Girl)’로 유명세를 탄 프란신 고트프리드(Francine Gottfried)
군중이 군중을 부르면서 다음날에는 두배 이상의 남성들이 나타나자 결국 경찰이 출동해 거리를 폐쇄하고 그녀의 출근을 도와야 할 정도였다.
▲ ‘스웨터 걸’을 보기 위해 거리를 메운 남성들
모든 언론사가 ‘월스트리트 스웨터 걸’을 기사화하자 9월 20일에는 군중이 1만 명까지 불어났고, 결국 프란신 고트프리드의 상사는 전화를 걸어 “출근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기까지 했다. 또 이때를 틈타 내로라하는 글래머 여성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 스웨터 걸 패션으로 월스트리트에 나타나기도 했다.
▲ 숟가락을 얹어보려 했던 모델 로니 벨(Ronnie Bell, 19)과 가정주부 게리 스토츠(Gerry Stotts, 36)
‘오리지널 월스트리트 스웨터 걸‘ 프란신 고트프리드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영화배우나 모델 제안이 오면 고려해보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으며, 실제로 10만 달러의 댄서 제안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사복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출근하는 프란신 고트프리드 (1968.09.19)
하지만 사실 이는 단순히 멸종된 과감한 패션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던 반짝 군중심리일 뿐이었다. 프란신은 소문이 퍼진 속도만큼 빠르게 잊혀졌지만 그녀가 촉발시킨 현상은 여러 사회학 연구와 책에 인용될 정도로 전설이 되었다.
마돈나가 소환한 불릿 브라
1990년, 팝의 여왕 마돈나는 ‘블론드 앰비션 월드투어(Blond Ambition World Tour)’에서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가 디자인한 불릿 브라를 착용하여 화제가 되었다.
알고 보면 이미 출시한 지 반세기가 된 올드패션이었으나 마돈나의 도발적이고 에로틱한 스타일과 결합되면서 시대를 앞서간 듯한 모습으로 충격을 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