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의 불청객, 민물삿갓조개의 긍정적인 면
어항을 꾸미려고 생물을 넣고 수초를 심다 보면 어디서 딸려왔는지 미생물이 생겨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중에서도 어느 순간 마치 굴처럼 어항 벽면이나 여과기 등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조개 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페리시아 캘리포니카(Ferrissia californica)로 흔히 민물삿갓조개(Freshwater Limpet) 혹은 담수삿갓조개라고 불린다.
미관상 그다지 좋지 않아 ‘어항의 해충’으로 불리지만 수질이 잡혔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생물이나 수초에도 피해가 가지 않는다.
▲ 어항벽면에 붙어있는 모습
또 구피들은 벽에 붙어있는 삿갓조개들을 쪼아서 먹어버리기 때문에 구피처럼 민물삿갓조개(성체 크기 2mm)를 삼킬만한 입 크기의 어종이 있는 어항에서는 자연스럽게 박멸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초항이나 새우항에서는 천적이 없기에 몇 마리를 보고 나면 이후 폭발적인 번식이 일어난다.
▲ 수초에 붙어있는 모습
나 역시 어항 앞쪽에 보이는 것들만 자석을 이용해 눌러서 제거하다가 어느 순간 이들의 순기능을 확인하였다. 바로 벽면의 이끼를 제거하는 능력이 꽤나 탁월하다는 것.
특히 누룽지처럼 꽉 눌어붙어 어항 뒤쪽 벽을 덮고 있던 이끼들이 어느 순간 깨끗하게 벗겨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어항의 청소부라고 불리는 그 어떤 생물들도 칼날 스크래퍼로 긁어내야 할 수준의 이끼들을 제거하는 것은 못 본 듯.
▲ 페인트처럼 벗겨지는 이끼
자세히 보니 남아있는 이끼에 이 삿갓조개 무리들이 몰려있었고, 조금 남은 이끼들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같은 위치에 있는 구피항은 이끼가 벽에 가득한데 새우항은 이끼가 별로 없고 물도 깨끗한 게 다 이 민물삿갓조개 덕분인 것 같아서 이끼가 가득한 돌을 하나 넣어봤더니 역시나 몇 시간 후 돌에 가득 몰려와 있었다.
▲ 거의 사라진 어항 뒤쪽의 이끼
이런 순기능을 확인하고 나니 굳이 없애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요즘은 놔두고 있다. 게다가 이끼가 점점 줄어드니 민물삿갓조개의 개체수도 그에 맞춰서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보기에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해로운 약을 쓸 필요 없이 이끼 관리용으로 놔두는 것도 괜찮은 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