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15] 채경(採瓊, 기생)
수표교 21통 2호 김대용(金大鏞)의 기생 ‘채경’이라 하면 화류계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은 모두 아는 바이로다.
원래는 경성 태생으로 11세부터 양금, 승무, 검무에 능통하여 12세부터 각 좌석에 불려 다니며 이름이 나타나더니 점점 나이가 차갈수록 재조도 더욱 늘어 지금 나이 18세인데 거문고, 남무, 성진무, 접무 등 각항과 시조, 노래, 가사에 그 외 잡가도 다 명창이라.
삼사 년 동안을 신창기생조합의 기생으로 나오다가 지금은 그 조합 부소장으로 여러 수하를 취체하는 중인데, 채경의 이름은 날로 광채가 나는 동시에 그 재조와 가무를 한번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날로 수효를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라 하니 재질을 겸비한 채경은 가위 일대의 행복이로다.
동탕한 얼굴이요, 가는 허리는 바람이 오히려 겁낼지라.
▲ 채경(採瓊)
“저는 손님께서 너무들 귀여워하시니까 도리어 황송합니다.”
“어려서는 삼개 근처에서 부모와 함께 자라나다가 다른 재주는 없고 어찌하여 소리에는 얕은 재주가 있었던지 그때부터 소리는 잘한다고 여러 사람이 칭찬하옵디다.”
“아!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제가 지금 기생 노릇을 하게 되었던지, 이것이 소원이 아니었건만 우연히 이리되니 도시(어차피) 팔자소관이지요.”
“그러나 한탄은 아니합니다. 피일시차일시지요. 젊었을 때 이 노릇하는 것도 한때 경력이요 호강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하고 웃는 은행 까풀 같은 눈초리에는 따뜻한 애정이 가득히 머무르는 듯.
【每日申報. 藝壇一百人(一五). 채경 1914.02.15.】
– 수표교(水標橋):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동에 있던 다리. 현재는 장충단공원에 위치
– 재조(才操): 재주. 무엇을 잘하는 소질과 타고난 슬기
– 각항(各項): 여러 가지
– 취체(取締): 규칙, 법령, 명령 따위를 지키도록 통제함
– 동탕(動蕩): 얼굴이 예쁘고 살집이 있다.
– 삼개(三浦): 마포(麻浦)의 옛말
– 도시: 도새. 어차피의 전남 방언
– 피일시차일시(彼一時此一時):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뜻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티저 광고에 등장한 채경
일제시대의 기생은 오늘날 연예인 정도의 위상은 아니었어도 광고에 미녀모델로 종종 등장했다. 아래 광고에 이름은 따로 적혀있지 않지만 ‘예단일백인’의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채경임을 알 수 있다.
▲ ‘미인은 누구(誰)? 광고는 무엇(何)?’ 이라고 적힌 광고. 100년 전의 티저 광고이다. 【매일신보 1914.02.25】
궁금증을 유발한 이 광고의 정체는 하루 후 공개되었는데, 광강상회(廣江商會)가 선전하는 기린(麒麟)담배 광고였다.
▲ ‘미인의 사진을 본 사람은 이 광고를 보라’ 【매일신보 191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