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18] 춘외춘(春外春, 기생)

새문 안 오궁골을 들어서면 그 안에서 첫째로 꼽는 기생은 춘외춘이라.

그 이름을 지었을 때에는 사시로 봄기운을 띤 것은 묻지 않아도 알 것이요 겸하여 그 성품의 온화함도 미루어 알 지로다.

 

동글납작한 얼굴에 쌍꺼풀진듯한 눈은 애교가 가득하다 할는지.

앉으나 서나 한점 수운(愁雲)이 얼굴에 가리워 있는 것은 그 심중에 말하지 못할 근심이 감추어 있음을 발표함이 아닌가. 그도 고이치 아니하도다.

 

천질(天質)로 타고난 재주가 수년 동안에 거문고, 양금, 남무(南舞), 검무(劍舞), 노래, 가사, 시조, 여러 가지를 통하여 사람의 이목을 놀래이니, 그러므로 춘외춘의 이름이 나타남에 이르렀으나 항상 그 몸의 건체한 운명을 슬허하는 연고로 지금 나이 20세로되 보는 사람의 눈에는 20이 훨씬 넘어 보이게 함도 또한 까닭이 있음이라. 1
▲ 춘외춘(春外春)

 

본래는 황해도 황주(黃州)군 태생으로 가세가 곤궁하여 그 노모 하나를 데리고 경성으로 올라오니, 그때는 14세라 사고무친(四顧無親)한 타향에서 더욱이 생활할 방도가 없으므로 박한영(朴漢英)이라 하는 사람을 의뢰하여 광교기생조합에 입참(入參)하여 가무를 배우니.

 

천질(天質)로 타고난 재주가 수년 동안에 거문고, 양금, 남무(南舞), 검무(劍舞), 노래, 가사, 시조, 여러 가지를 통하여 사람의 이목을 놀래이니, 그러므로 춘외춘의 이름이 나타남에 이르렀으나 항상 그 몸의 건체한 운명을 슬허하는 연고로 지금 나이 20세로되 보는 사람의 눈에는 20이 훨씬 넘어 보이게 함도 또한 까닭이 있음이라.

 

천질(天質)로 타고난 재주가 수년 동안에 거문고, 양금, 남무(南舞), 검무(劍舞), 노래, 가사, 시조, 여러 가지를 통하여 사람의 이목을 놀래이니, 그러므로 춘외춘의 이름이 나타남에 이르렀으나 항상 그 몸의 건체한 운명을 슬허하는 연고로 지금 나이 20세로되 보는 사람의 눈에는 20이 훨씬 넘어 보이게 함도 또한 까닭이 있음이라. 3
▲ 황해도 황주, 1895년 | 사진: 이사벨라 버드 비숍

 

“저는 근심으로만 세상을 지내니까 그러한지 몰라도 다시는 여망(餘望)이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애요.”

 

“어찌할 수 있습니까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한 세상을 지낼 수밖에 없지요…” 허희탄식(歔欷歎息).

【매일신보 1914.02.19】

– 새문: 돈의문. 서울 성곽의 서문으로 서대문이라 불리기도 한다.
– 오궁골: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동·신문로2가동에 걸쳐 있던 마을
– 수운(愁雲): 슬픔을 느끼게 하는 구름
– 고이치 아니하도다: 이상하지 아니하다(‘괜찮다’의 어원)
– 사고무친(四顧無親): 의지할 사람이 없음
– 입참(入參): 참여하다. 소속되다.
– 건체(蹇滯): 뜻대로 되지 않는
– 슬허하다: 슬퍼하다의 옛말
– 여망(餘望): 남아있는 희망
– 허희탄식(歔欷歎息): 한숨을 지으면 탄식함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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