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23] 명주(明珠, 기생)
남부 상다동 25통 6호 김현구(金顯九)의 기생「명주」는 금년 27세라.
생장은 교동 순학교 안이요. 철알아 10세 후부터는 한번 들으면 잊지 아니하는 총명으로 가곡에 심히 취미를 두었더라.
그러므로 14세부터 기생조합에 입록하여 공부하였는데, 지금은 양금도 칠 줄 알고 시조, 가사, 수심가, 육자배기, 방아타령, 흥타령이며 각항 춤도 능히 하며 인물이 또한 절색이라 설부화용은 사람의 눈을 현황케함도 명주의 광채로다.
어린 마음으로도 항상 희망하는 바는 기생이라.
「나도 어찌하면 기생으로 한번 나가서 남과 같이 여러 손님의 귀여움을 받을꼬」하는 마음이 가슴에 가득하다가 비로소 소원을 이룬 후에는 시위에서 떠나가는 화살 같은 세력으로 화류계에 광채를 나타내는도다.
▲ 명주(明珠)
“저는 기생이 어찌나 되고 싶던지 부모가 시집보내겠다 하는 말을 듣고 낙심천만하여서 하루는 종일 밥도 아니 먹고 싫다고 야단을 하였지요.”
“그러니까 부모도 할 수 없이 기생으로 내어 보내였는데 이제는 나섰으니까 일반 손님을 환영하고 싶은 마음뿐이올시다.”
“아니할 적에는 몰랐더니 막이 나와 본즉,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제각기 성미를 맞추노라니 그것도 정 어렵습디다.”
“그렇지만 그것을 못 하고야 어찌 기생이라 하겠습니까.”
【매일신보 1914.02.25】
– 상다동(上茶洞): 현재의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과 무교동. 웃다방골이란 이름에서 유래
– 생장(生長): 나서 자람
– 교동순학교(校洞順學校):서울 중부에 있던 교동의 순학교라는 거주지
– 철알다: ‘철들다’의 방언
– 입록(入錄): 문서에 기록함. 등록
– 설부화용(雪膚花容):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
– 현황(眩慌): 정신이 어지럽고 황홀함
– 막이: 실제로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