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26] 지용구(池龍久, 국악인)
중부 하훈동.
다 쓰러져가는 수간모옥 속이라도 고요한 달밤에 한가히 들리는 「등지당 둥둥」 하는 거문고의 줄 고르는 소리가 한정한 기운을 더욱 더하며 지나가던 사람도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기를 마지않게 하는 집은 묻지 아니하여도 가히 짐작할 지첨사의 거문고 소리라.
▲ 지용구(1857~1938)
17세부터 음악에 취미를 가져 오늘날까지 잠시도 악기를 손에 놓아 보지 아니하여 40여 년을 연구한 결과로 거문고, 양금, 가야금, 단소, 생황 등이 선수요. 그중에도 장구, 해금은 가위 신접하였다 할지라.
그러므로 지첨사라 하면 어떠한 사람이든지 곧 장구와 해금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으며, 지첨사의 위인은 온후 관대하여 장자의 풍도가 보이고 가세는 빈곤하나 조금도 고려치 않고 안빈낙도라 하더니 지첨사는 안빈 낙락(安貧樂樂)하는 사람이라 하리로다.
즐거움이 있을 때도 율이요 근심이 있어도 율이니, 인생 칠십 고래희라 일평생을 음악으로 즐겁게 지내는 것도 일개 낙이라 하겠도다.
【매일신보 1914.02.28.】
– 하훈동(下勳洞): 경성 중부에 위치한 동. 현재 종로구 관훈동 지역으로 추정된다.
– 수간모옥(數間茅屋): 몇 칸 안 되는 작은 초가
– 한정(閑情):한가로운 심정
– 위인(爲人): 사람 됨됨이
– 장자(長者):덕망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아 세상일에 익숙한 어른
– 풍도(風度):풍채와 태도
– 고래희(古來稀): 예로부터 몹시 드묾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매일신보의 오보
※ 매일신보 2월 28일 예단일백인 원문에는 심정순의 사진이 지용구로 잘못 실렸다. 매일신보는 3월 1일 자에서 오류였음을 공지하고 지용구의 사진을 실었다.
▲ 심정순의 사진이 잘못 첨부된 모습【매일신보 1914.02.28】
■ 예단일백인 사진 정오(正誤: 수정)
작 28일 본보 삼면 예단일백인의 사진은 지용구의 사진이 나야 할 것인데 심정순의 사진으로 잘못 났음으로 지용구의 사진을 금일에 특별히 게재하여 작일 기사와 참조케 하노라.
▲ 수정되어 실린 지용구의 사진【매일신보 191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