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29] 심정순(沈正淳, 국악인)
여러 광대 중에도 가장 품행이 단정하고 순실하고 온공한 사람은 아마도 누구이던지 심정순의 위인을 첫째로 손꼽을지라.
고향은 충청남도 서산(瑞山)이요 현주소는 경성 교동 40통 1호라.
시골서는 농업으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로 25세부터 단가와 율 공부를 시작하여 지금은 조선 지경에서 구배우 심정순이라 하면 대개 알게 되었더라.
단가에는 토끼 타령, 춘향가와 기타 잡가요, 음곡에는 가야금, 양금, 단소, 장구 등이니.
집안에 들어가서는 근검 치산과 자질 교육에 열심 근면하고 밖으로 나와서는 광대의 직업으로 여러 사람의 환영을 사는 것이 심정순의 특별한 장기라 하겠도다.
▲ 심정순(1873~1937). 가수 심수봉의 조부이다.
금년은 42세라. 20년 동안의 장장한 세월을 방탕하기 쉬운 구렁에서 지루하게 지내였건마는 품행 상에 대하여는 한 개도 흠절을 잡을 곳이 없는 것도 심정순의 가상한 곳이라.
지금은 장안사(長安社) 연극장에서 구연극을 설시하고 각항 재미있고 흥취 나는 광대의 소리로 관객의 발을 쉬이게 하고 마음을 유쾌하게 하여 단아한 풍류 중에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또한 심정순의 일개 취미라 하겠도다.
【매일신보 1914.03.04.】
– 순실(醇實):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 온공(溫恭): 온화하고 공손
– 위인(爲人): 사람의 됨됨이
– 단가(短歌): ‘시조’를 달리 이르는 말
– 율(律):음악
– 지경(地境): 일정한 테두리 안의 땅
– 치산(治産):집안 살림살이를 잘 돌보고 다스림
– 자질(子姪):아들과 조카를 통틀어 이르는 말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