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83] 진홍(眞紅, 기생)

평양에서 여덟 살부터 기생서재에 입학하여 가무를 공부하다가 16세에 가족 일동이 모두 경성으로 올라와 거생하더니,

 

인연이 있어 즉시 경성에 유수한 재산가의 첩이 되었고, 일 년이 지나지 못하여 무부기조합 창시초에 다시 기생 노릇을 하였으며, 송구영신하는 인연은 때때로 돌아와 제2차로 시집간 곳이 있었더라.

 

그러나 그 인연도 박하였던지 작년에 또 무부기조합으로 환고향하여 관현사죽(管絃絲竹)으로 허망한 세월을 보내니 어언간에 기생 노릇한 연조는 십삼성상(十三星霜)을 겪었더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진홍(眞紅)

 

금년을 17세라 하나 실상인즉 20세요.
얼굴은 갸름하고, 양협에는 보조개가 웃을 때마다 오목오목하여 애교가 가득하다.

 

률은 대강 짐작한다 하나 능한 지경에는 가지 못하였고(기본은 하지만 뛰어나지는 않고) 시조, 가사, 노래, 수심가, 잡가 등은 모두 명창이라.

그러나 그중에도 가장 능란한 것은 평양에서 유명한 관산융마(關山戎馬)로다.

【매일신보 1914.05.14.】

– 기생서재(妓生書齋): 기생학교를 칭하는 말
– 거생(居生):일정한 곳에 머물러 살아감
– 유수한(有數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 무부기조합(無夫妓組合):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들의 단체
– 송구영신(送舊迎新): 연하장에 주로 쓰이는 새해맞이 단어. 옛날 관리를 보내고 새로 부임하는 관리를 맞이하는데서 유래되었다.
– 환고향(還故鄕):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
– 관현사죽(管絃絲竹):관(管)은 피리, 현(絃)은 거문고, 사(絲)는 거문고, 죽(竹)은 피리를 나타내며 음악을 의미한다. 주로 쓰이는 것은 사죽관현(絲竹管絃)으로 본래 단어는 ‘絲竹筦絃’
– 연조(年條): 어떤 일에 종사한 햇수
– 십삼성상(十三星霜):성상은 한 해 동안의 세월을 뜻하는 것으로 십삼성상은 13년을 뜻함
– 양협(兩頰): 두 뺨
– 오목오목: 군데군데 동그스름하게 푹 패거나 들어간 모양
– 률(律): 율. 음악을 뜻한다.
– 관산융마(關山戎馬): 조선 정조 때의 문인 신광수(申光洙)가 과거 시험에서 쓴 시 ‘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歎關山戎馬)’를 가락에 얹어 부른 노래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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