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복구를 위해 노력한 소리 없는 영웅
2021년 3월 23일(현지시각), 수에즈 운하가 에버 기븐호(Ever Given)로 막히는 사상초유의 사고가 일어나서 물류업계가 큰 충격에 빠진 바 있다.
심각했던 상황 속에서도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준 사진이 있는데, 바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옆에서 운하를 복구하기 위해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조그맣게 보이는 굴삭기의 모습이다.
‘운하 복구를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수에즈 운하 측의 발표와 맞지 않는 초라한 모습 때문에 여러 버전의 밈(Meme)으로 떠돌기도 한 사진이다.
이 굴삭기의 운용기사는 28세 압둘라 압둘 가와드(Abdullah Abdul-Ghawad)로 수에즈 운하가 막혔다는 기사를 보자마자 동료들과 굴삭기를 몰고 현장으로 왔다고 한다. 그는 사고 현장 근처에서는 유일하게 굴삭기를 운용 중이었기에 곧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너무 빨리 온(?) 덕분에 전 세계의 조롱을 받은 것이다.
▲ 압둘라 압둘 가와드와 그의 굴삭기
하지만 사진이 얼핏 우스꽝스러웠던 것과는 별개로 현장은 상당히 위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거대한 배가 방향을 틀다가 약간만 기울어졌다면 굴삭기와 압둘라는 완전히 찌그러져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눈앞의 거대한 철판을 마주하고 작업하는 것 자체가 매우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작업을 압둘라와 동료들은 사명감을 갖고 하루 3시간 정도만 수면을 취하며 6일간 밤낮으로 일했고, 이후 여러 장비들이 도착하며 수에즈 운하가 재개통될 때는 누구보다 기뻤다고.
그런데 이집트 정부는 배를 다시 띄우는데 도움을 준 업체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압둘라에게는 아무런 감사를 표명하지 않았고 심지어 초과근무수당도 현재까지 미지급된 상태이다. 그나마 수에즈 운하 관리팀의 하청업체를 위해 신문사가 연 축하행사에 초대장을 받긴 했는데 문제는 4시간 거리에서 열리는 행사에 1시간 30분 전에 연락을 받은 것.
▲ 견인선에 끌려서 이동하는 에버 기븐
물론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부양하는 데에 압둘라가 미친 영향은 아주 미미할 수도 있겠지만, 사고 직후 유일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덤벼든 사람들의 노력이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압둘라는 조롱하는 사진들에도 별 감정은 없었지만 이처럼 현장에서의 노력이 무시당한 것에는 큰 좌절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일생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사고에 자신이 투입되어 조그마한 일익을 담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