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피어난 꽃, 이란계 일본여배우 ‘사헬 로사(Sahel Rosa)’

1979년, 열강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무려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으로부터 사헬 로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1980년대 이라크 공군의 무자비한 공습으로 이란 쿠르디스탄 주의 마을이 괴멸된다.

 

1979년, 열강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무려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으로부터 사헬 로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1


긴급 투입된 구조대는 3일이 지나도 생존자를 발견할 수 없었고, 넷째 날 아침 결국 철수를 시작한다. 이때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던 ‘플로라 재스민’이라는 여대생은 참혹함에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다가 마지막으로 가옥 몇 채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그러다가 까맣게 그을린 기와 조각과 잔해 속에서 우연히 인형의 손을 보게 된다.

 

‘인형의 손은 왜 타지 않은 걸까?..’

 

다가가 만져보니 그것은 창백한 여자아이의 손이었다. 그것도 살아있는.

 

바로 이 유일한 생존자가 당시 네 살의 여자아이였던 ‘사헬 로사’였다.

 

1979년, 열강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무려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으로부터 사헬 로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3

이름: 사헬 로사(Sahel Rosa / Sahel Rose / サヘル ローズ / ساحل روز)
생년월일: 1985년 10월 21일
신장: 170cm

 

홀로 살아남은 그녀의 이름과 생년월일은 불명이어서 플로라가 이름과 생년을 정했다. 사헬은 페르시아어로 ‘해변’, 로사(로즈)는 플로라가 좋아하는 장미꽃으로 ‘역경을 딛고 모래 속에서 피어나라’는 뜻을 담았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가족은 모두 사망하였고 사헬은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다. 그녀는 귀여운 외모로 여러 가족들의 입양 제의를 받았지만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을 닫고 지냈다.

 

3년 후 아이의 소식을 들은 플로라는 고아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 사헬은 플로라의 팔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플로라는 입양을 결정하게 된다. 둘의 인연은 혈연보다 강한 운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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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의 사헬 로사와 플로라

 

하지만 미혼의 신분으로 아이를 입양한 사실을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다가 플로라는 결국 집에서 의절당하고 만다. 특히 그녀의 집은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있다 보니 그 사실은 더욱 받아들여질 수 없는 문제였다.

 

할 수 없이 플로라는 당시 일본에 살고 있던 약혼자를 의지하고 일본으로 가지만, 아이가 딸린 여자는 일본의 시댁으로부터도 환영받을 수 없었다. 결국 두 모녀는 공원에서 노숙생활을 하게 된다.

 

집도 없는 초등학생이 된 사헬은 학교에서 끊임없는 왕따를 당하며 가난의 고통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이란인은 꺼져라’라는 글이 늘 책상에 쓰여있었고, 한 켤레가 유일한 다 떨어진 실내화를 친구들이 빼앗아가서 버리는 식이었다. 친구들은 ‘어차피 낡은 것 또 사면 되잖아’라는 식이었지만, 살 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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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사헬은 초등학생이었으므로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으로 먹을 수 있었지만 양어머니 플로라는 공원에서 물을 마시고 빵을 먹는 것으로 버티는 생활이었다. 플로라는 페르시안 카펫을 짜는 기술을 살려 억척같이 일을 했고 힘겹게 공원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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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서 카펫짜는 법을 배운 사헬

 

비록 여유가 없었지만 플로라는 틈틈이 동전을 모았고, 이것이 천 달러가 되면 고국 이란의 고아원에 기부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어려운 중에도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타고난 선한 마음이 둘을 만나게 해 준 운명의 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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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헬 로사가 부적처럼 지니는 엄마의 사진

 

플로라는 열심히 일했지만 불운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가까스로 자리를 잡는가 싶은 순간 돌연 카펫 회사가 도산하여 3개월치 월급을 받을 수 없는가 하면, 교통비는 물론 집세 낼 돈조차 없는 상황이 닥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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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사헬

 

이렇게 힘든 생활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사헬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떨어진 옷을 입은 기억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녀의 기억에 양엄마 플로라의 옷은 늘 구멍이 나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급우들의 왕따와 괴롭힘 속에서 자살충동을 느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힘들게 키워준 엄마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헬은 고교시절 우연히 출연한 라디오가 인연이 되어 연예계로의 입문이 시작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미모는 빛이 났던 사헬이기에 방송을 타자마자 그녀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모델 겸 배우로 자리 잡은 사헬의 장래 꿈은 양어머니인 플로라를 편하게 해주는 것과 세상의 고아들을 돕는 것이다.

 

1979년, 열강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무려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으로부터 사헬 로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15
▲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전쟁터에서 여배우로’

 

10명의 가족 중 9명이 사망하고 마을의 모든 사람이 사라진 가운데 오직 한 명만이 살아남은 이유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사헬 로사의 인생.

 

1979년, 열강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무려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으로부터 사헬 로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17


1979년 이슬람혁명, 미국의 대이란 정책 변경, 이란 이라크 전쟁 등 이란의 현대사가 그녀의 인생에 응축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와 동시대 이란인들의 고통과 눈물이 그 속에 서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개 소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삶의 무게를 딛고 꿋꿋이 일어서는 사헬을 통해 현재 이슬람 정권에 고통받는 이란인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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