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91) 1991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슈퍼모델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bergh, 1944~2019)는 미국판 보그(Vogue US) 1991년 9월호에 실릴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슈퍼모델 8명‘을 불러 모았다.
▲ The wild ones © Peter Lindbergh
사진 왼쪽부터
– 신디 크로포드(Cindy Crawford)
– 타탸나 파티츠(Tatjana Patitz)
– 헬레나 크리스텐슨(Helena Christensen)
– 린다 에반젤리스타(Linda Evangelista)
– 클라우디아 쉬퍼(Claudia Schiffer)
–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 카런 뮐더르(Karen Mulder)
– 스테파니 세이모어(Stephanie Seymour)
▲ 그레이스 코딩턴(Grace Coddington)이 ‘Wild at Heart’라는 주제로 스타일링한 Vogue US 1991년 1월호 전체화보
피터 린드버그는 이 촬영에 앞서 1990년 1월호 영국 보그에 싣기 위한 목적으로 위와 비슷한 개념의 사진을 1989년에 촬영하였는데, 오늘날 모델업계는 이를 ‘슈퍼모델의 시대를 연 시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컬러사진은 화려함 때문에 싸구려 화장품 광고처럼 보이지만, 흑백사진은 상업성이 완화되고 현실감을 극대화해 인물에게 주목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작가였다.
실제로 상품이나 의상을 부각시키는 마네킹의 역할을 하던 모델들이 그의 작품에서는 개인으로서의 생명력을 갖추고 있었다.
▲ 나오미 켐벨, 린다 에반젤리스타, 타탸나 파티츠, 크리스티 털링턴, 신디 크로포드(1990년 Vogue UK 1월호 표지)
이렇게 촬영한 사진들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이탈리아의 패션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 1946~1997)가 사진 속의 모델들을 1991 가을/겨울 패션쇼 무대에 세웠고, 이 시점부터 이들은 톱모델의 지위를 넘어 슈퍼모델로 불리기 시작했다.
▲ 독일 뮌헨에서 열린 피터 린드버그의 작품전시회(2017.04.11.) © Felix Hörhager
당대 최고의 슈퍼모델들이 뉴욕 브루클린의 거리에 모여 촬영한 화보 중 특히 8명이 한 프레임에 모인 ‘The wild ones‘라는 제목의 사진은 2021년 11월 9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43,750유로(한화 약 6,250만 원)에 판매되며 그 가치와 역사성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