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유(초코우유)’의 탄생 배경
초콜릿 우유(초코우유)는 왠지 ‘우유를 쉽게 마시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음료‘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초기의 초코우유는 아일랜드 출신의 의사이자 수집가, 과학자, 식물학자였던 한스 슬론 경(Sir Hans Sloane, 1660~1753)에 의해 「약품」으로 발명되었다. 한스 슬론은 1753년에 건립된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건립의 기초를 세운 사람으로도 유명한데, 그가 사망 당시 기증했던 유물은 무려 71,000개에 달했다.
▲ 한스 슬론과 대영박물관
※ 한스 슬론이 수십 년간 엄청난 유물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런던의 부동산 투자로 얻은 이익과 아내의 상속재산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랭글리 로즈(Elizabeth Langley Rose)는 자메이카 노예무역의 큰 손이었던 전남편 풀크 로즈(Fulke Rose)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거기에는 사탕수수 농장과 수많은 노예들이 포함되었다. 슬론경은 추가로 Royal African과 South Sea Companies에도 투자를 했다. 모두 아프리카의 노예를 수송하고 막대한 이익을 얻는 회사였다.
이로 인해 한스 슬론은 대영박물관 설립의 기초를 닦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내에 있던 그의 흉상은 2020년 불어닥친 BLM 운동의 영향으로 눈에 띄는 자리에서 제거되었다.
1687년, 의사가 된 27세의 슬론경은 같은 해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의 총독 앨버말 공작이 위독하니 치료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메이카로 해외 왕진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가자마자 앨버말 공작은 곧 사망했다.
치료에는 실패했지만 먼길을 온만큼 그는 15개월간 자메이카에 머무르며 그곳의 식물 800종을 조사하고 기록하였다. 그중 ‘카카오’라는 처음 보는 열매도 있었는데, 자메이카의 원주민들이 그것을 갈아 꿀이나 고추 등과 함께 물에 타 먹는 것을 보게 된다.
▲ 카카오콩 건조장면
슬론 경 역시 카카오를 탄 물을 마셔보았는데 쓰고 구역질이 나는 맛에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이에 그는 원주민들이 권해오는 카카오 물을 수월하게 마시는 방법을 이것저것 섞어마시는 도전 끝에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우유와 섞어서 마시는 것‘이었다.
▲ 초콜릿과 우유의 만남
억지로 쉽게 마시기 위해 섞은 카카오+우유 칵테일은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1727년 영국으로 귀국한 슬론경은 카카오+우유 칵테일을 그의 약국에서 판매하여 큰돈을 벌었다. 당시 이 약(?)은 두통, 치통, 피로 등 만성질병에 뛰어난 치료제로 판매되었다.
▲ 지금도 판매되는 한스 슬론 초콜릿
그의 제조법은 19세기에 들어와 캐드버리 형제에 의해 상품화되어 타서 마시는 초코 분말(코코아)로 판매되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캐드버리 코코아(Cadbury Cocoa)’의 시초이다.
▲ 슬론의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캐드버리 밀크초콜릿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은 처음 보는 진귀한 열매로 만든 차를 명망 높은 의사가 판매한 것이니 그저 단순히 몸이 좋아졌겠거니 하고 착각한 것일까.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팀에 따르면, 코코아에서 파생되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 화합물은 만성기침에 효과적인 치료제이며 감기약보다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기침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피 실험군을 대상으로 테오브로민 알약 캡슐을 제공하고 기침을 유발하는 캡사이신-가스 호흡 실험을 한 결과, 대조군이었던 기침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코데인(codeine) 실험군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심지어 코데인에서 쉽게 보이는 졸음, 변비 등의 부작용도 전혀 없었다. 연구팀은 ‘테오브로민은 캡사이신이 미주신경에 기침을 유발하는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 초콜릿의 기침에 대한 효능
영국 폐 재단(British Lung Foundation, BLF)의 댐 헬레나 쇼벨튼(Dame Helena Shovelton)은 이 연구에 대하여 “테오브로민을 이용한 치료가 더욱 진보적일 수 있으며, 오랜 만성기침은 환자에게 결국 아편 기반의 약물을 투여하게 만들고 폐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고 말했다.
초콜릿이 단지 달기만 한 간식이 아니라 기분전환이나 피로 해소, 혈압 저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현대에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실제로 기침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밀크초콜릿을 약국에서 판매했던 한스 슬론의 판단은 과거의 오판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침에 효과를 보인다고 해서 감기약과 함께 초콜릿이나 우유를 복용하는 것은 약의 효과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 초콜릿에 포함된 카페인과 우유에 포함된 칼슘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BBC. Chocolate could be cough medicine (2004.11.25) link
– Smithsonian Mag. Chocolate Milk Was Invented in Jamaica link
– independent. British Museum removes bust Hans Sloane (2020.8.25.)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