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3)
사진에서 숙청된 인물들
위 사진은 러시아 혁명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혁명의 주역들이 1919년 11월 7일에 붉은 광장에 모인 모습을 담고 있다.
원본에는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 1870~1924)과 레프 트로츠키(Lev Trotsky, 1879~1940)가 나란히 서있었지만,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 1878~1953)에 의해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이후에 트로츠키의 모습은 사라졌다.
▲ 사진 중앙의 레닌 옆 트로츠키가 사라져 있다.
트로츠키 외에도 숙청된 인물들은 모두 스탈린에 의해 사진에서 지워졌다.
아래의 사진에서 스탈린과 나란히 사이좋게 서있던 니콜라이 예조프(Nikolai Yezhov, 1895~1940)도 숙청되어 사진에서 사라진 것은 매우 유명하다. 스탈린은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인간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라는 어록을 남겼는데 사진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 듯하다.
▲ 감쪽같이 사라진 니콜라이 예조프
이 밖의 공산국가의 독재자들도 우상화의 길을 걸으며 비슷한 행태를 저질렀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역시 눈밖에 난 친팡쉬안(秦邦憲, 1907~1946)을 함께 찍은 사진에서 지워버렸다.
▲ 사진에서 잘려나가는 방식으로 숙청된 친팡쉬안
쿠바혁명의 영웅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1926~2016)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작가 카를로스 프란퀴(Carlos Franqui, 1921~2010)를 이탈리아로 추방한 뒤, 함께 촬영된 사진에서 그를 지워버리면서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 배경에서 지워진 카를로스 프란퀴
당당한 대통령의 모습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은 오늘날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의 한 명으로 여겨진다.
▲ 에이브러햄 링컨(1860.02.27.) ©Matthew Brady
하지만 당대에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잦아서 수염을 기르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다소 유약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였다.
▲ 링컨 대통령과 존 칼훈의 동일한 자세의 초상화
위의 사진 왼쪽의 링컨은 당시의 모습 중에서 가장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초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남부의 정치인 존 칼훈(John C. Calhoun, 1782~1850)의 몸에 링컨의 얼굴을 합성하여 당당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한 세기 만에 밝혀지기도 하였다. 이는 오래된 사진이나 초상이라는 이유로 조작이나 합성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예이기도 하다.
신입생 유치를 위한 조작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는 2001년 신입생 입학을 앞두고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대학’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진에 조작을 가했다.
바로 백인 학생들만 있는 틈에 흑인 학생을 교묘한 합성으로 끼워 넣은 것이었다.
▲ 원본에 없는 흑인 학생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홍보 포스터에 등장(붉은 원)
심지어 최근에 촬영한 학생들의 사진을 사용하면 얼굴을 알아본 재학생들에게 금방 적발될 것을 우려했는지 원본 백인 응원단의 사진은 1993년에 촬영된 것이었다.
▲ 디알로 샤베즈의 모습은 좌우반전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흑인 학생인 디알로 샤베즈(Diallo Shabazz)의 모습은 1994년에 찍힌 사진을 사용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으로 큰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