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8)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兩岸關係)
2012년 8월,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격화되던 시점에 중국과 대만의 시위대가 센카쿠 열도에 상륙했다.
시위대의 모습은 각종 언론에 실리게 되었는데, 중국 신문에는 원본과 다르게 수정이 되었다.
▲ 보도에서 사라진 대만 국기
원본에서는 중앙에 있는 대만 시위대가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를 들고 있었는데, 중국 신문에서는 대만의 국기를 지우거나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로 바꾼 것이다.
▲ 다른 언론에서도 대만 국기를 글자로 가리거나 잘라냈다.
같은 민족이 같은 목적으로 함께 시위를 했음에도 대만(중화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의 양안관계(兩岸關係)를 보여주는 조작이었다.
전쟁터에 들어간 가족
2012년, 오스트리아 최대 신문인 크로넨 짜이퉁(Kronen Zeitung)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 알레포(Aleppo)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사진을 함께 실었다.
신문 속의 아랍인 가족은 쑥대밭이 된 도시에서 아기를 안고 다급하게 피해 지역을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은 EPA 통신이 촬영한 다른 이미지에서 아랍인 가족의 모습만 도려내어 파괴된 도시와 합성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아랍인 부부의 원본 사진
원본 사진의 아랍인 가족들은 그저 길을 가는 중이었고, 복장도 말끔한 외출복에 샌들과 구두를 신은 모습이었다. 건물이나 거리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환경보호를 위한 조작
2006년, 중국 하얼빈에 본사를 둔 다칭완바오(大庆晚报)의 류웨이창(劉爲强) 기자는 칭하이-티베트 구간을 고속철도가 질주하는 모습에 놀라 달아나는 멸종위기에 처한 티베트영양(Tibetan antelope)의 모습을 함께 포착한 사진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칭짱철도(青藏鐵路) 개통이 동물들에게 끼칠 악영향과 함께,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보도사진의 수작으로 평가되었다.
사진은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매체에서 인용되었고, 중국의 관영TV인 CCTV가 주최하는 <2006년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보도사진>에서 ”칭짱철도, 야생동물에게 생명의 길을 열어주다(青藏铁路为野生动物开辟生命通道)”라는 제목으로 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8년 2월, 중국의 사진 사이트를 통해 이런 희귀한 순간은 기적에 가깝다는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합성의 흔적이 있었고, 다른 날짜에 찍힌 사진과 돌의 모양이 같은가 하면, 놀란 티베트영양이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일직선으로 달리는 모습은 습성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일었다.
▲ 합성으로 의심된 류웨이창의 사진
처음에는 진짜라고 우기던 류웨이창도 의혹이 쏟아지자 결국 고속철도와 티베트영양이 따로 찍힌 사진을 합성한 사실을 시인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8일 밤낮을 기다렸지만 열차와 티베트영양을 함께 찍기란 어려워서 일부 합성을 했다. 조작과는 상관없이 생태계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사과의 말을 남겼다.
이에 다칭완바오는 사진부 부국장인 류웨이창을 즉시 해고하였고, 데이터베이스에서 그가 과거에 찍었던 사진들도 모두 삭제하며 조작사진에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