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13)
떡잎부터 사악해야 했던 히틀러
1933년, 영국과 미국에서는 갓난아기 시절의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사진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진 속의 아기는 찌푸린 눈과 떡진 머리를 한 채로 마치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만 같은 위협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애크미 뉴스픽처스(ACME Newspictures)가 최초 배포한 이 사진은 이후 여러 신문과 잡지가 인용 보도하기 시작했다.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은 ‘두 명의 히틀러’라는 제목으로 성인 히틀러와 아기 히틀러를 소개하였으며, 캐나다 위니펙 프리 프레스(Winnipeg Free Press)도 ‘독일의 운명을 강력하게 조종하는 히틀러의 아기 시절’로 보도하였다.
▲ 언론에 보도된 ‘포악한’ 아기 히틀러
하지만 이 사진은 히틀러의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흘러나온 것도 아니었으며, 독일 현지에서도 보도된 적도 없었다. 이를 인지한 시카고의 독일 영사관은 각 신문사에 히틀러의 진짜 아기시절 사진을 담은 서한을 보내 오류수정을 요청했다.
▲ 실제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의 아기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배포된 아기 히틀러의 정체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1938년,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해리엇 다운즈(Harriet Downs)라는 여성이 해당 사진이 자신의 아들 존 워렌(John May Warren)의 아기 시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 원본 아기 사진
1938년 5월 13일, 애크미 뉴스픽처스는 부인이 제공한 존 워렌의 아기 시절 사진을 실었는데, 누가 봐도 원본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귀엽고 밝은 아기 사진을 사악한 모습으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그림자가 추가되고 불쾌하게 찡그린 모습으로 조작된 것이었다.
신문사는 아기 사진과 함께 현재 8살이 된 존 워렌의 모습도 함께 실으며 5년 만의 정정보도를 하였다. 하지만 이 사진이 어떻게 남의 손에 들어가 히틀러의 사진으로 조작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 두 아기 사진과 8세의 존 워렌
한편 독재자라는 누명을 벗은 존 워렌은 정정보도 5개월 후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겪었고, 이때 깨진 우유병에 가슴을 찔려 안타깝게 요절했다.
수정된 최초의 여성 의원
2011년, 캐나다 연방선거에 출마한 신민주당(New Democratic Party, NDP) 소속의 라티카 시차바이산(Rathika Sitsabaiesan)은 온타리오주 스카버러-루지리버(Scarborough-Rouge River) 선거구에서 40.62%의 득표를 얻어내며 당선되었다.
이로써 그녀는 최초의 타밀계 캐나다인으로 캐나다 하원 의원에 당선되었고, 스카버러-루지리버 선거구 최초의 여성 의원이 되었다.
이후 라티카 시차바이산 의원의 프로필 사진이 캐나다 의회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었는데, 그녀의 사진이 구글의 원본 이미지와는 달라진 것이 포착되었다.
바로 깊이 파인 옷의 디자인이 수정되어 가슴골을 의도적으로 완전히 없앤 것.
▲ 왼쪽의 원본 사진이 오른쪽으로 수정되었다.
시민들은 캐나다의 보수적인 의회 분위기를 의식해 수정된 것으로 여겼으며, 일부는 복장 자체가 의회보다는 파티 복장에 가까운 것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는 이는 반여성주의(反女性主義)자들의 짓일 수 있으며, 라티카 시차바이산이 여성이라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덜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보정이 누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고 넘어갔다.
▲ 타밀족(남인도 및 스리랑카에 사는 인종) 출신 라티카 시차바이산
라티카 시차바이산은 2015년 캐나다 연방선거에서는 22.07%(3위)에 그치며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