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주한 미 공군 조종사 등에 새겨진 문구와 A-10 선더볼트 II
미국인 아내의 호소문
– 미(美) 조종사 아내의 애교 있는 호소문
– “이분 안전에 협조를” 한글 수놓아
3일 하오, A10기를 몰고 중부전선 OO기지에 도착한 미 제51 혼성항공단장 유진 G. 마이어 대령은 색다른 호소문을 등에 달고 내려 눈길을 끌었다.
한미 양국의 국기 밑에 한글로 수놓은 이 애교 섞인 호소문엔 “이 사람은 미국 조종사입니다. 이분의 안전과 건강유지에 협조하여 주십시오”라고 쓰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도와줄 것을 당부.
▲ 경향신문 1982.03.04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시종 싱글벙글 웃음을 짓고 있던 마이어 대령은 누가 호소문을 붙여줬냐는 질문에 “사랑하는 아내”라고 살짝 귀띔.
[중부전선 ‘OO기지’ 정남영 기자]
한국에 배치된 A-10 선더볼트 II
1982년 3월 3일 하오 2시, 미 본토에서 출발해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를 이륙한 지 2시간 30분 만에 주한 미 공군 제51전투비행단장 유진 마이어(Eugene Myers) 대령이 A-10 선더볼트 II(Fairchild Republic A-10 Thunderbolt II)를 이끌고 수원기지에 착륙해 제25 전술통제비행대대에 배치되었다.
▲ 착륙하는 A-10 선더볼트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당시 한국신문은 보안상 ‘OO 기지‘로 정확한 위치가 가림처리되어 있었으나, 미국 국립문서보관소(US National Archives)의 자료에 ‘SUWON‘으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수원 공군기지 였음을 알 수 있다.
▲ 아놀드 W. 브래스웰 태평양공군사령관과 주영복 국방장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이날 행사에는 당시 주영복(周永福, 1927~2005) 국방장관과 리처드 워커(Richard Walker, 1922~2003) 주한미국대사 및 아놀드 W. 브래스웰(Arnold W. Braswell, 1925~2022) 태평양공군사령관 등이 참여했다.
▲ A-10에서 내리는 조종사 유진 마이어 대령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기사의 주인공인 유진 마이어(Eugene Myers)대령은 1981년 2월 20일부터 1982년 7월 15일까지 미 공군 제51전투비행단(51st Fighter Wing)의 40대 단장을 역임했다.
▲ 태평양공군사령관에게 신고하는 유진 마이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A-10 선더볼트 II 보다 점퍼에 아내가 새겨준 한글 호소문이 한국 기자들의 주목을 더 받았지만, 신문 속 사진이 흐릿해서 전체 문장은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남아있는 다른 사진을 통해 전체 문장을 볼 수 있다.
▲ 문구만 잘라낸 부분
“이 사람은 미국 조종사입니다. 이분의 안전과 건강유지에 협조해 주시고, 이분이 원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남편에 대한 애정과 함께, 당시만 해도 문화나 경제력보다는 위험한 분쟁지역으로만 알려진 한국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