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15)
울트라 슈퍼문(Ultra Super Moon)
‘2012년 5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에 뜬 보름달’로 알려진 아래의 사진은 멋진 풍경 카테고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로 바탕화면으로 설정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진은 시에라네바다산맥(Sierra Nevada)과 어딘가에서 따로 촬영된 달만 떼어내 합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 합성에 사용된 두 장의 사진
산과 비례해 달의 크기가 저 정도로 보이려면 달이 지금의 몇 배는 커져야 가능한 모습으로 너무나 비현실적이지만, ‘슈퍼문(Super Moon)’이라는 단어 하나에 쉽게 속아 넘어간 사람들이 많았다.
▲ 2015년 9월 28일, 독일 뮌헨에 위치한 프라우엔 교회(Frauenkirche)에서 촬영된 진짜 슈퍼문의 크기
더욱 어이없는 것은 미국국립공원보호협회(National Parks Conservation Association, NPCA)의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조차 해당 사진을 세쿼이아국립공원의 풍경으로 소개해 버리면서 많은 언론과 미디어가 이를 인용 보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 미국국립공원보호협회(NPCA)의 X 계정 포스팅
소련의 정신병원
따로 설명 없이도 기괴함을 선사하는 아래의 사진은 ‘1952년, 소련의 정신병원 폐쇄병동‘이라는 해설이 붙어 더욱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악명 높았던 정치범수용소인 굴라크(GULAG)를 운영했던 소련이라면, 정신병원은 적절한 치료 없이 환자를 그저 가두어 두기만 했을 것이라는 확신과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오싹한 사진모음집에 빠지지 않는 단골 사진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이 사진은 독일의 무용가인 피나 바우쉬(Pina Bausch, 1940~2009)가 발전시킨 극무용(탄츠테아트르, Tanztheater) 작품 ‘Barbe Bleue(1977)’의 일부 장면을 캡처한 것으로 드러나 실소를 안겨 주었다. (아래 영상 참조)
▲ Barbe Bleue(1977)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사진을 조작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포심을 안겨주기 위해 재미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소련 시대의 바캉스
아래의 혼잡한 해변은 ‘소련 시대의 바캉스 풍경‘으로 한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
피서객으로 혼잡한 해변도 놀랍지만, 뒤로 보이는 미래적인 건축물은 공산국가였던 소련의 경제침체와 억압받는 사회라는 이미지가 어쩌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사진 역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유명한 휴양지인 코파카바나해변(Copacabana Beach)과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있는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Republic of Belarus)의 합성이었다.
▲ 조작에 사용된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해변 원본 사진
물론 소련 시대에도 크림반도나 소치와 같은 곳은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사진을 확대해 보면 소련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T백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발견할 수 있다.
▲ 시대에 맞지 않는 이 여성의 모습은 조작한 사진에서는 잘려나갔다.
그렇다면 벨라루스가 과거 소련에 속해있었던 만큼 배경의 건물은 과거의 영광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벨라루스 국립도서관도 2006년에 완공되었기 때문에 소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2002년~2006년 사이에 지어진 벨라루스 국립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