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속인 사진 (17)
메릴 스트립의 인생역정
아래의 스크린샷은 페이스북을 통해 80만 회나 공유되면서 국내언론에도 소개된 이야기로,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의 인생역정과 도전하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화제가 된 사진이다.
영화 ‘킹콩(1976)’ 오디션에서 “못생겼다“라는 말을 들은 메릴 스트립은 그런 기분 나쁜 말에도 좌절하지 않고 노력했으며, 결국 18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귀가하던 지친 모습을 포스팅한 게시물이었다.
2015년 11월 13일, YTN 뉴스(기사)에서는 메릴 스트립의 페이스북 계정이 출처라며 이를 보도했지만, 사실 저 페이스북은 메릴 스트립의 계정이 아니었다. 게다가 메릴 스트립이 작성했다는 문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쉽게 오류를 눈치챌 수 있다.
“저는 오늘날 아카데미상 트로피 18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사실이 아니다.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상 ‘후보에만’ 21번 올랐으며, 그중 3번만 수상했다.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을 수상 횟수를 비슷하지도 않게 말하는 부분에서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후보에 오른 것을 수상으로 착각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착각했다 해도 정확하지 않은 숫자를 댈 리가 없다.
▲ YTN의 당시 보도(2015.11.13.)
사실 이 장면은 사진작가 테트 타이(Ted Thai)가 1982년에 그녀와 동행하며 지하철에서 촬영한 것으로, 훨씬 앞선 ‘1976년의 킹콩 오디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순간이었다.
▲ 1982년에 촬영된 사진으로 드러났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일지라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쁜 일만은 아닌듯하다. 하지만 명확한 오류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확인없이 보도하는 행태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 영화 ‘줄리아(Julia, 1977)’에 출연한 메릴 스트립. 1976년의 모습이다.
하지만 메릴 스트립이 킹콩 오디션에서 포스팅 속의 사건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2015년 1월, 그레이엄 노튼 쇼(The Graham Norton Show)에 출연한 메릴 스트립은 당시의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 그레이엄 노튼 쇼에 출연한 메릴 스트립
1976년, 킹콩 등 여러 오디션을 보고 있던 무명의 여배우 메릴 스트립은 연기만큼은 발군이었다.
당시 킹콩의 감독 존 길러민(John Guillermin)은 메릴 스트립을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영화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Dino De Laurentiis)에게 추천했지만, 로렌티스는 만남을 주선한 자신의 아들 페데리코 드 로렌티스(Federico De Laurentiis)에게 “부루따(brutta, 못생겼어)”라며 그녀를 향한 매우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물론 그는 예의상(?) 이탈리아어로 말했지만, 문제는 메릴 스트립이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냉정하고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제가 킹콩의 히로인이 될 정도로 충분히 아름답지 않아서 죄송하네요.”라고 말해 디노 드 로렌티스는 몹시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발레하는 오드리 헵번
아래의 사진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이 발레를 하던 시절의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배웠고 영화배우로 데뷔하기 전에는 발레리나로도 무대에 섰던 오드리 헵번이었기에 사진은 너무나 쉽게 그녀가 발레 연습을 하는 모습으로 믿어졌다.
그런데 사진 속 발레리나는 오드리 헵번과 얼핏 닮긴 했지만, 고화질 사진을 검색해서 자세히 보면 이목구비가 확연히 다르다.
▲ 오드리 헵번의 외모와는 다른 모습
사실 이 사진은 러시아 이미지 사이트가 출처이며, 원본 사진을 흑백으로 만들고 약간 흐리게 해 오래된 사진인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 원본 컬러사진 ©lori.ru
그렇게 오드리 헵번과 흡사한 모습을 만들어냈지만, 원본 컬러사진의 얼굴을 확대해 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확대한 얼굴
오드리 헵번이 발레 연습을 하는 사진은 현재도 꽤 남아있지만, 가짜 사진과는 달리 차분하고 우아한 모습으로만 남아있다.
▲ ‘진짜’ 오드리 헵번이 발레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