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63] 한산월(韓山月, 기생)
일곱 살부터는 평양 진명여학교(進明女學校)의 학생으로 통학하더니, 그 후에는 가내의 사정으로 인하여 11세 때에 기생서재로 전학하여 독본은 장구가 되고, 산술은 양금이 되고, 창가는 수심가가 되었으니 세상에 변천이라 하는 것은 기약하기 어렵도다.
작년 12월에 경성 무부기조합으로 올라오니 경성 바람을 쏘인 지가 불과 오륙삭이라 아직 이름이 나타나지는 못하였으나 복성스럽게 생긴 얼굴은 관상학자가 아니라도 그 장래의 유복함은 가히 짐작할 것이요, 청랑한 목소리는 후일의 명창을 가히 예측할 것이라.
▲ 한산월(韓山月)
금년은 17세라.
조합의 여러 선생에게 율과 가무를 방금 열심히 연구하는 중인 고로, 옥은 닦을수록 빛이 나고 사람은 뇌를 쓸수록 연숙해지는 법이라.
한산월의 기량도 불과 기일이면 일반 화류계에서 웅비할 줄을 믿고 의심치 아니하는 바이로다.
【매일신보 1914.04.22】
– 기생서재(妓生書齋): 기생학교를 칭하는 말
– 독본(讀本): 글을 읽어서 그 내용을 익히기 위한 책. 교과서
– 산술(算術): 일상생활에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수학. 산수
– 창가(唱歌): 갑오개혁 이후에 발생한 근대 음악 형식
– 무부기조합(無夫妓組合):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들의 단체
– 오륙삭(五六朔): 삭(朔)은 달을 세는 단위. 5~6개월
– 복성(福星): 모난 데가 없이 둥그스름하고 도톰하여 복이 있을 듯한 생김새
– 청랑(淸朗): 맑고 명랑함
– 율(律): 음악
– 연숙(鍊熟): 단련되어 익숙함
– 기일(幾日): 몇 날. 짧은 시일
– 일반(一般): 전체. 전 화류계를 통틀어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는 의미
- 웅비(雄飛): 기운차고 용기 있게 활동함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