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73] 춘홍(春紅, 기생)
화란춘성에 만화가 방창하지만은, 누가 평양 성내 이문골에 있는 일지춘홍의 아름다운 줄을 미리 알았으리요.
춘홍의 방년은 이팔(二八)인데 아직 어린 기생이오,
자태는 십오야 둥근달과 한가지며, 단정한 태도는 규중에 잠겨있는 처녀의 모양이오.
장래 일개 현부인이 될 만한 자격이 잠깐 보더라도 그 얼굴에 역력히 나타나는도다.
또한 그 활발용감히 속 시원하게 교제하는 방법은 어찌 다 배워 두었으며,
청가묘무를 남에게 조금도 지는 것이 없으니 나이 어린 기생이 너무 조달이 아닌가.
▲ 춘홍(春紅)
필경 옛적 기생 홍불기나 탁문군의 후신인 것이지.
그렇지 않고야 어찌 기생서재 다닌 지 3년 동안에 그렇게 잘 배울 수가 있었을까.
뫼 산(山)자 눈썹이요 둥글 원(圓)자 얼굴이 잠깐 보기에는 사나운 듯 하나, 그 실상인즉 그렇지 아니하여 상냥한 마음은 춘홍에게 우접할 사람이 없으리로다.
【매일신보 1914.05.05】
– 화란춘성(花爛春盛): 꽃이 만발한 한창때의 봄
–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
– 이문골: 평안남도 평양부에 있던 마을로 현재의 평양 중구역 경상동 부근
– 일지춘홍(一枝春红): 나뭇가지에 핀 봄꽃. ‘춘홍’의 이름을 넣어 앞의 봄 풍경과 조화시킨 언어유희
– 이팔(二八): 16세 무렵의 나이
– 십오야(十五夜): 음력 보름날 밤. 특히 음력 8월의 보름
– 규중(閨中):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
– 현부인(賢夫人): 어진 부인
– 청가묘무(靑歌妙舞): 훌륭한 노래와 춤
– 조달(早達): 젊은 나이로 일찍 높은 지위에 오름
– 홍불기(紅拂妓): 수나라 때의 기생. 이름은 장출진(張出塵)으로 홍불녀(紅拂女)라고도 칭함
– 탁문군(卓文君): 중국 서한 때의 여류 음악가
– 기생서재(妓生書齋): 기생학교를 칭하는 말
– 우접(寓接): ‘남의 집이나 타향에서 임시로 살다’라고 풀이되나 당시에는 서로 접촉하다, 견주다의 뜻으로 쓰였음. 현대의 범접(犯接)과 비슷한 사용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