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79] 취옥(翠玉, 기생)

평양부 내에서 출생하여 부모 슬하에서 장성할 때, 아홉 살에 이르러 교육을 시킬 마음으로 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니, 순서를 쫓아 배우는 공부가 4년급까지에 이르렀는데 산술, 재봉, 자수, 창가, 도화 등 여러 과정을 능히 우등의 성적으로 진급해가며 그중에도 가장 잘하는 것은 국어(일본어)라.

 

「와타구시와 스코시 니혼고가 데키마스요. 손나니 히야키사레테와 와타시 야니 나루와」

[私はすこしにほんごができますよ。そんなに日焼きされては私夜になるわ。저는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압니다. 그렇게 햇볕에 타면 저는 밤이 될 거예요.(까맣게 탄다는 뜻)]

 

하는 좋은 학문은 사세의 허락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퇴학하고, 13세부터 기생으로 투족하여 서재에 다니기 시작하였는데, 시조와 가사와 노래, 잡가, 수심가를 배웠으며 경자춤과 률을 배우다가 시골서만 재조를 묻어둠이 가석하여 취옥은 비로소 작년 오월에 상경하며 무부기조합에 입참하였으니 금년이 15세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취옥(翠玉)

꽃으로 비유하면 아직도 방울을 면치 못하였으니, 청사주루에 우음을 자랑하는 것도 좋거니와 아까운 세월을 지금에 허송치 말고 전일(예전에 하던) 공부를 다시 계속하였으면 장래에 상당한 자격을 얻기에 어렵지 아니하리로다.

【매일신보 1914.05.08】

– 보통학교(普通學校): 일제시대에 초등 교육을 하던 학교
– 4년급(四年級): 년급(年級)은 보통학교 학년의 등급을 이르던 말
– 도화(圖畫): 그림을 그리는 일
– 사세(事勢): 일이 되어 가는 형세. 본문에서는 가정형편을 의미
– 률(律): 율. 음악을 뜻한다.
– 재조(才操): 무엇을 잘하는 소질과 타고난 슬기. 재주
– 투족(投足): 발을 내디딤. 업계에 들어섬
– 서재(書齋): 기생학교를 칭하는 말
– 가석(可惜): 몹시 아까움
– 무부기조합(無夫妓組合):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들의 단체
– 입참(入參): 참여하다. 소속되다.
– 방울: 봉오리. 아직 피지 않은 꽃
– 청사주루(廳事酒樓): 청사(廳舍)는 관청, 주루(酒樓)는 큰 술집을 말한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기생의 일터를 의미
– 우음: 얼핏 떠오르는 생각을 시가(詩歌)로 읊는 것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 예단일백인 [75]편에서 바로 [79]편으로 넘어왔는데, 발행일은 다음날짜가 맞는 것을 보면 매일신보의 호수가 누락된 것은 아니다. 아마도 해당 예술인들의 관련자나 본인이 개인정보나 어떤 사유로 기사를 내지 말 것을 요청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예단일백인을 작성한 기자는 휴재를 할 때면 꼭 이유를 말했는데, 편수를 건너뛴 것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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