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85] 옥진(玉眞)
무부기조합 창설자 중에 한 참예(參預)한 기생도 옥진이라.
평양에서 출생하여 경성으로 올라온지도 벌써 여러 해이라.
연기는 20이 넘어 물불을 가릴 때가 넉넉히 되었고, 소리는 못하는 것이 없이 다 잘하는 기생이라.
마음은 슬금하고, 얼굴은 번화하며, 태도는 묵중하다.
남녀를 물론하고 사람을 대하면 은근한 중에 깊은 정을 주는 듯.
보통 경박한 기생의 태도와 성품은 전혀 내다 버린 것과 같도다.
▲ 옥진(玉眞)
「명월사창에 소리 없이 들어오는 저 바람아, 네가 혹시 좋은 소식을 전하려느냐.
못 믿을 것은 세상사라, 후박경중이 어이 그리 판연한가.
봄은 가고 여름 오며, 가을 가고 겨울 올제.
흐르느니 세월이요, 변하느니 화용이라.
묻느니 저 바람아, 우리를 위하여 호소식을 전할 때는 어느 날에 다다를까.
아서라, 세월은 나를 위하여 잠깐 머무르게 할지어다.」
【매일신보, 1914년 5월 16일】
– 무부기조합(無夫妓組合):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들의 단체
– 참예(參預): 어떤 일에 끼어들어 관계함
– 연기(年期): 일 년을 단위로 하는 기간. 나이
– 슬금한: 겉보기엔 미련해 보여도 속은 슬기롭고 너그러움
– 번화(繁華): 얼굴이 보기에 환하고 귀하게 잘 될 기색이 보임
– 묵중(默重): 말이 적고 태도가 신중함
– 명월사창(明月紗窓): 밝은 달빛이 비치는 올이 성근 비단으로 바른 창. 월명사창(月明紗窓)
▲ 명월사창
– 후박경중(厚薄輕重): 두께와 무게로 구분을 둔다는 뜻으로 세상사의 차별을 말한다.
– 판연(判然): 아주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 모양
– 화용(花容):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