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의 수도’에 세워진 뽀빠이 동상
1937년 3월 26일, 미국 텍사스주 사발라카운티(Zavala County)에 위치한 크리스탈 시티(Crystal City)에서 만화 속 영웅 캐릭터인 ‘뽀빠이(Popeye)’가 동상으로 만들어져 제막식을 가졌다.
이는 단순히 만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실제로 뽀빠이가 영웅처럼 지역사회를 구원했기 때문이었다.
▲ 원작만화가 엘지 크리슬러 세가(Elzie Crisler Segar, 1894~1938)도 동상의 건립을 축하했다.
1929년부터 시작해 1930년대를 휩쓴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은 미국 전역의 경제를 황폐하게 만들었지만 크리스탈 시티 만큼은 예외였다.
이 시기 크리스탈 시티는 하루 1만 개의 시금치캔을 출하하며 큰 호황을 누렸는데, 1930년대 이전에는 전혀 인기가 없었던 시금치라는 채소가 이처럼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은 전적으로 뽀빠이 덕분이었다. 당시 뽀빠이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던 만화 캐릭터였고, 수많은 미국 가정에서는 건강식으로 시금치를 메뉴에 추가하고 아이들에게는 ‘튼튼해지려면 시금치를 꼭 먹어야 한다’는 잔소리가 주어졌다.
▲ 대공황과 함께 영웅처럼 등장한 뽀빠이
어떤 정치인이나 유명인도 못한 일이었기에 뽀빠이에게 동상이 주어질 자격은 충분했다. 크리스탈 시티는 자신들의 지역을 ‘세계 시금치의 수도(World Spinach Capital)’로 선포하고 총천연색의 뽀빠이 동상을 건립하는 것으로 경의를 표한 것이다.
▲ 크리스탈 시티 안내판. 미국에서 소비되는 시금치의 절반이 텍사스에서 생산된다.
오늘날 뽀빠이의 인기는 예전과 같지 않고 세계적으로는 인지도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탈 시티는 매년 11월에 ‘크리스탈 시티 시금치 축제(Crystal City Spinach Festival)’를 열며 그의 영웅담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