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⑳ 헬렌 켈러에게 희망을 준 로라 브리지먼(Laura Bridgman)
마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듯한 여성을 촬영한 모습.
이 사진은 시청각중복장애인(Deaf-Blind)인 로라 브리지먼(Laura Bridgman, 1829~1889)을 은판사진술(daguerreotype)로 촬영한 것이다.
로라 브리지먼은 두 살 때 성홍열(Scarlet fever)을 앓은 뒤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으며 암흑의 세계에서 살게 되었다.
▲ 퍼킨스 맹인학교(1912년)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적 여건이 부족함을 넘어 전무했던 시대였던 탓으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미국 최초로 설립된 퍼킨스 맹인학교(Perkins Institute for the Blind) 교장이었던 사무엘 그리들리 하우(Samuel Gridley Howe, 1801~1876) 박사의 지도하에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그녀가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느질과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등 학습이 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 재봉틀을 다루는 로라 브리지먼
하우 박사를 비롯한 퍼킨스 맹인학교의 교사들은 물건에 점자를 붙여 로라를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그녀는 성공적으로 글자를 터득하고 이어 의사소통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로라 브리지먼은 미국에서 영어교육을 받은 최초의 시청각중복장애인(Deaf-Blind)으로 기록되었다.
▲ 뜨개질을 하는 로라 브리지먼
로라는 1842년 대문호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970)가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기록한 여행기에 ‘놀라운 업적을 남긴 데프블라인드 여성‘으로 소개되어 잠깐 유명세를 얻기도 하였으나, 일반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 외에 학문적 업적을 쌓은 것은 없다 보니 이후에는 조용한 여생을 보냈다.
▲ 말년의 로라 브리지먼
하지만 디킨스의 여행기를 읽고 감명을 받은 한 여성이 있었다.
케이트 켈러(Kate Keller)라는 이 여성은 로라와 같은 시청각중복장애인 딸이 있었고, 그녀를 위해 퍼킨스 맹인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자 교사인 앤 설리번(Anne Sullivan)을 가정교사로 고용했다.
▲ 오늘날의 퍼킨스 맹인학교
앤 설리번은 퍼킨스 맹인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로라가 직접 재단한 옷을 입힌 인형과 점자교육책을 들고 소녀를 방문했고 이후 평생 동안 그녀의 교사이자 동반자가 되었다.
바로 그 소녀가 미국의 작가이자 최초의 시청각중복장애인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헬렌 켈러(Helen Keller, 1880~1968)였다.
▲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
인간승리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헬렌 켈러의 등장은 이처럼 퍼킨스 맹인학교의 노력과 로라 브리지먼의 장애극복사례가 앞서 존재하며 그녀를 이끌어준 덕분에 가능했던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