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부자’ 중동국가들이 모래를 수입하는 이유
현대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천연자원 투톱을 꼽자면 물과 모래이다.
특히 모래는 벽돌, 시멘트, 유리등 주요 건축자재를 생산하는데서 빠질 수 없는 자원이다. 2014년 기준 세계 자재생산량의 85%를 점유한 것이 바로 모래.
그렇다면 ‘기름국’이라는 별명 외에 ‘모래국’이라고도 불리는 중동국가들은 엄청난 부를 쌓고 있을까.
▲ 모래가 넘쳐나는 사막지대
의외로 국토 전체가 모래사막인 아랍에미리트(UAE)는 호주에서 건설용 모래를 연간 4억 5천만 달러씩 수입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영국에서 모래를 수입하는 등 사하라 이남과 중동국가들은 해외에서 모래를 대부분 수입한다.
이들이 자국에서 흔하디 흔한 모래를 수입하는 이유는 사막의 모래는 건설자재로 쓰기에는 입자가 너무 미세하기 때문이다.
▲ 관상용으로 좋은 사막 모래
건설용 모래는 일반적으로 바다, 강, 호수의 바닥에서 채굴된다. 이곳에서 채굴된 모래 직경은 0.16~4.5mm인 반면 사막의 모래는 직경이 0.05~0.25mm로 훨씬 작다.
모래 알갱이가 작으면 시멘트, 자갈과 섞어 만드는 기초공사용 콘크리트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며 모래먼지가 쉽게 발생해 골프장 벙커의 모래로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것이 바다에서 채굴한 모래가 염분 때문에 세척 단계를 거쳐야 함에도 사막 모래를 제치고 필수자재로 쓰이는 이유이다.
▲ 영화 ‘미션 임파서블 4’의 중동 모래폭풍도 입자가 작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중동에서 건설이 활발한 만큼 세계 각지의 바다와 강바닥은 신음하고 있다.
모래 채굴은 강의 흐름과 수위의 안정성을 바꾸고 바다의 수질을 오염시키며 모래톱이 제공하는 천연댐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자연재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모습
한편 한국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만큼 모래 조달에는 걱정이 없었지만, 해양환경파괴가 우려되자 정부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축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 서해 EEZ에서 모래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수협중앙회
하지만 콘크리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입 모래를 허용하거나 모래 운반선박 접안시설 등을 마련하지 않고 서둘러 규제만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국토부는 2020년 11월 말부터 2025년 9월까지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바닷모래 채취를 5년간 3580만㎥까지 채취하도록 일시적으로 허가하는 등 정책과 현실 사이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