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신 부부의 결혼식과 비극
1846년 8월 6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에서 태어난 안나 하이닝 베이츠(Anna Haining Bates, 출생명: Anna Swan)는 거대한 신장으로 유명한 여성이다. 스코틀랜드 이민자였던 그녀의 부모들을 비롯해 12명의 형제자매들도 평균 키를 가지고 있었기에 안나는 돌연변이라 할 수 있을 만했다.
▲ 안나와 그녀의 부모
안나의 성장추이는 다음과 같았다.
• 출생 시 – 7.25kg
• 4세 – 137cm
• 6세 – 157.48cm
• 11세 – 188cm
• 15세 – 210cm
이미 15세에 가족들의 키를 모두 앞지른 안나는 성인이 되자 241cm에 도달했으며 몸무게 154kg, 발 크기 360mm의 거인이 되었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큰 키 덕분에 17세 무렵 링링 브라더스 앤드 바넘&베일리 서커스(Ringling Bros. and Barnum & Bailey Circus)의 설립자인 테일러 바넘(Taylor Barnum)에게 발탁된 안나는 당대의 유명한 난쟁이였던 제너럴 톰 썸(General Tom Thumb, 1838~1883)과 듀엣 연기를 펼치며 대조적인 신장 차이를 이용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공연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 안나의 공연모습
문학적인 소양과 음악과 연기에도 재능이 있었던 안나는 서커스 공연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두 차례의 화재로 빈털터리가 되는 불행도 겪었다.
이후 실의에 빠져 고향에 돌아와 있던 그녀는 바넘의 제안으로 다시 재기 투어에 나섰다. 이 시기에 안나는 운명의 남자인 마틴 밴 뷰런 베이츠(Martin Van Buren Bates, 1837~1919)를 만나게 된다.
▲ 안나와 마틴
마틴의 키는 236cm로 안나보다 약간 작긴 했지만 230cm를 넘는 인간들이 거의 없는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동족(?)이었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사랑에 빠져 1871년 6월 17일에 영국 런던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이 결혼은 세간의 화제가 되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가운과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기도 하였다. 당연하게도 이 둘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부부’로 기네스북에 공식 등록되어 있다.
▲ 기네스북, 세계에서 가장 큰 부부
이후 초장신 부부는 미국 오하이오주 세빌(Seville)에 정착했고, 두 사람의 몸에 맞게 천장 높이 14피트(4.27m), 방문 높이 8피트(2.44m)에 이르는 거대한 신혼집을 건축했다. 가구와 살림살이 모두 크게 맞춤 제작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인 1872년 5월 19일, 안나는 딸(18파운드 / 8.16kg)을 출산했지만 사망한 채로 태어나는 불행을 겪었다.
7년 후인 1879년 1월 19일, 둘째 아이가 태어났지만 역시 12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마틴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이 아이는 키 30인치(76.2cm), 체중 24파운드(10.886kg)로 6개월은 된 아이 같았으며 발 크기만 해도 무려 6인치(152mm)에 가까운 초우량아였다고 한다.(기네스북에는 9.98kg, 71.12cm로 등록되어 있다)
▲ 결혼식 모습을 그린 삽화
세월이 흘러 1888년 41세의 젊은 나이로 안나도 돌연 세상을 떠나게 된다. 홀로 남게 된 마틴은 클리블랜드의 장례업체에 정확한 치수로 관을 주문했지만 ‘사이즈를 잘못 적었나 보군’이라고 착각한 업체 측의 실수로 터무니없이 작은 관이 배달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마틴의 항의를 받은 장례업체는 3일 후 안나의 키에 맞는 정확한 크기의 관을 다시 배달했고 무사히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슬픔에 잠겨 수차례 무덤을 방문하던 마틴은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를 위한 기념비를 세울 것을 결심했고, 유럽의 동상 제작 업체로부터 주문한 15피트(4.57m) 높이의 동상이 현재 세빌의 마운드 힐 묘지(Mound Hill Cemetery)에 세워져 있다.
▲ 베이츠 가족의 무덤과 묘비
마틴은 훗날 157cm 정도의 작은 여성과 재혼했지만 사망 시에는 세빌에 있는 가족들(안나와 사망한 아이들)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역시 자신과 같은 눈높이의 연인과 맞춤형 ‘집’에서 살았던 그때가 그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