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㊺ ‘타잔과 치타’ 배우들의 운명
장수한 침팬지 ‘치타’
미국의 수영선수 조니 와이즈뮬러(Johnny Weissmuller)는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전설적인 수영선수였지만 은퇴 후 영화배우로 맡은 밀림의 왕자 ‘타잔(Tarzan)’역할로 더욱 유명하다.
▲ 타잔 연기 중인 조니 와이즈뮬러(Johnny Weissmuller, 1904~1984)
역대 최고의 타잔으로 꼽히는 그는 유언으로 장례식에서 관이 내려질 때 자신이 개발한 ‘타잔의 외침(링크)’을 재생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이 역할은 본인 그 자체였다.
와이즈뮬러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침팬지 ‘치타(Cheeta)’였다.
보통 침팬지의 수명은 30~40년 남짓인데, 놀랍게도 그와 영화를 함께 찍은 치타는 거의 두배 가까운 80년(1931~2011)을 살다가 심부전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 타잔 가족의 빛나던 시절
그런데 이후 타잔 영화와 관계된 일부 인사들이 ‘영화에 나온 치타는 이미 오래전에 숨졌다‘고 주장하면서 진위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치타 나이 논란
사실 관계자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본인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치타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는 것.
타잔 시리즈에 나온 침팬지는 총 20마리였는데, 촬영에 앞서 여러 마리가 대기하고 있다가 나무를 잘 탄다거나 특정한 재능이 필요한 장면에 각각 다른 침팬지가 투입되었다. 80세로 사망한 치타의 이름은 ‘마이크(Cheetah-Mike)’였다.
▲ 1970년, 조니 와이즈뮬러와 치타(마이크). 와이즈뮬러는 치타를 직접 데리고 살다가 결국 여의치 않아 동물원으로 보냈다.
이 침팬지 전부를 직접 사육하지 않는 한 소품이나 출연자를 담당한 관계자라고 해도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
와이즈뮬러가 출연한 타잔 시리즈만 해도 16년 간(1932~1948) 12편이었다. 즉 자기가 제작진으로 몸을 담고 있던 시절의 침팬지만을 치타로 인지한 경우 다른 침팬지는 가짜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80세로 사망한 치타는 와이즈뮬러의 타잔에 출연한 여러 마리 중 한 마리가 확실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