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혼이 깃든 광화문우체국

서울 종로구 종로 6 (서린동)에 위치한 광화문우체국은 1967년 7월 12일에 기공식을 가지고 1970년에 완공되어 그해 11월 16일 업무를 개시했다.

 

당시만 해도 이곳은 근처에 고층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던지라 10층 건물은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고, 옥상에는 우편수송용 헬기를 위한 ‘헬리포트’까지 최초로 설치되었던 한국 최대 규모의 우체국이었다.

 

▲ 공사중인 광화문우체국 (1969.04.11)

광화문우체국은 해방 이후인 1950년 1월 15일에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 이전의 연혁은 1905년 9월 11일 경성우편국 광화문출장소로 시작해 1906년 7월 1일 광화문우편국으로 승격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세월을 거슬러가면 어떤 곳이었을까. 아래의 기사는 광화문우체국의 과거를 다루고 있다.

 

우포청 → 우정국 → 우편국

– 지난날(昔日)의 포도청
– 광화문우편국기지(光化門郵便局基地)

 

황토마루 남쪽에 있는 광화문우편국은 어떠한 터인가.

 

▲ 19세기말 경복궁 광화문에서 본 육조대로. 멀리보이는 언덕숲이 황토마루이다.

요전에는 우정국이오. 예전에는 우포청(右捕廳)이다. 포청에는 포도대장이 있어 다수한 포교를 지휘동독하여 도적놈을 잡아다가 두었다 죽이는 곳이오. 그 외에 다른 죄인도 많이 다스리던 곳이다.

 

그 집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지어진 뒤로 근 500년간 사람을 엄청나게 죽이던 곳이다.

 

지금은 경찰서나 감옥으로 갈지라도 죄의 경중에 따라 형을 마치면 다시 이 세상 사람이 되지만, 그때는 그 집으로 잡아만 가면 살아서 나오기가 어려웠다.

 

포도대장으로서도 적잖이 잘하기로는 장지항(長志恒)이 유명하였으니 그때도 거기서 사람이 상당히 죽었을 것이오. 경신옥사이니 신임당쟁이니 하여 모태죽음이 났을 때에 원통한 귀신이 여간 그 집에서 많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대원군이 집정하며 ‘10,000인을 죽여야 난리가 안 난다’는 미신으로 낙동장신(駱洞將臣) 이경하(李景夏)로 좌우포장을 겸대시켜 천주학쟁이를 수없이 죽였으니 그때에도 원혼이 산더미같이 그 집에서 났으리라.


▲ 광화문우편국의 옛 모습 (1925.04.11)

*그렇게 사람 죽이기를 전문으로 하던 그 집이 조선도 남의 나라와 서로 통하게 되자 제일 먼저 남의 흉내를 낸 것이 우정국이니 우정국은 지금 체신국과 같은 것이다.

 

우정국을 그 집에 새로 배설하고 잔치하느라고 문무백관이 다 모이는 틈을 타서 개혁파 김옥균, 홍영식, 서광범, 서재필, 박영효 등이 일본 유학생과 같이 여러 대관을 죽이고 정치를 개혁하려 하여 거사하던 집도 이 집이니 소위 갑신년 10월의 변도 이 집이 주인공이다.

 

그리하여 당시 세도 재상으로 유명한 민태호, 조영하도 거기서 죽었고 한규직, 윤태준 등 고관도 그 집에서 죽었고 민영목의 귀 떨어진 집도 그 집이다.(*이 부분은 건물을 착각한 오류이다)

 

그 집으로 말하면 이조 흥망성쇠에 관계가 크던 집이오. 시종여일하게(변함없이) 사람 살육을 주장하던 집이다. 그때는 그 집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이면 떨리지 않을 리가 없었으리라.

 

▲ 포도청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한 광화문우편국 (1932.12.16)

지금은 우편국으로 여러 해 동안 변하여 소포뭉치와 편지 조각과 돈 부치고 찾는 곳으로 변해 우편배달부의 출입이 제일 많게 되었다.

 

새로 양옥으로 지어 보는 사람도 깨끗한 느낌이 있지마는 몇 년 전까지 조선식 집으로 있을 때는 들어서면 충충한 모양이 공연히 머리끝이 쭈뼛해지고 추추한 귀곡성이 들리는 듯하였다. 【中央日報 1932.12.16】

 

과거 포도청이었던 광화문우체국

광화문우체국은 조선시대에 범죄자를 체포하여 가두어놓고 심문을 하던 관아인 포도청(捕盜廳)이었다. 당시 좌포청과 우포청이 있었으며, 광화문우체국은 과거 우포청으로 기능했다.

 

현대의 경찰서와 같은 곳으로 기사 속에서도 나와있다시피 지금이야 체포 후 재판을 받고 주어지는 형을 살지만 당시에는 심문 과정에서 죽거나 경미한 범죄자라도 처형을 당하기 일쑤였다.

 

특히 조선 후기 대원군 시대에는 천주교 교인(천주학쟁이)들이 지방에서 이곳으로 수없이 잡혀가 심문을 받으며 죽음을 당한 곳이기도 하였다.

 

그런 이유로 이곳은 당대의 사람들이 기피하던 지역이었고, 밤중에 지나가기라도 하면 몸에 소름이 돋고 원혼이 지켜보랴 발걸음이 빨라지곤 했던 것이다.

 

▲ 완공 직후의 광화문우편국 (1926.11.30)

다만 김옥균 일파가 일으킨 갑신정변이 일어났던 우정총국이었다는 설명은 중앙일보의 착오이다.

 

서두에서 서술했듯이 광화문우체국은 1905년 경성우편국 광화문출장소로 개소한 반면, 갑신정변은 광화문출장소가 생기기 훨씬 전인 1884년 12월 4일에 일어났다.

 

또한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우정총국 건물은 광화문우체국과 900m가량 떨어진 지점에 현재도 남아있다.

 

▲ 우정총국(사적 제213호)과 광화문 우체국과의 거리

이곳에 있던 포도청은 1894년(고종 31) 좌·우포도청을 합치고 경무청으로 개편하면서 성북구 돈암동으로 이전하였다.

 

남겨진 우포청 건물을 광화문우편국으로 사용하다가 신식 건물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87,000원을 들여 공사를 시작하였고 1926년 12월에 낙성식을 가지며 과거의 흉흉함을 완전히 떨쳐버리게 되었다.

 

▲ 광화문우체국 현재 모습 (2021년 10월)

이때 신축된 건물은 44년간 사용되다가 1966년 광화문 입체교차로 건설로 인해 철거된 후 그 자리에 지금의 광화문우체국이 지어졌으며, 현재는 죄수들과 억울한 사형수들의 원혼을 기억하는 사람은 물론 그런 분위기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으로 탈바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