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단성사 옆 소방서와 파출소의 옛 모습
일전에 1915년 2월 18일 새벽에 발생했던 단성사 화재사건을 다룬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오래된 단성사 목조건물이 소실되었고 1934년 벽돌 건물로 재건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 관련 글: 1915년 단성사 화재와 범인
단성사를 불태운 화재의 원인은 방화가 아니라 매점에서 자고 있던 사장의 부친이 실수로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원래 영화관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다가 내부에는 탈만한 물건도 많았기에 화재에 취약한 건물이었다.
경성소방서 부설 종로지서 건립
실제로 이 근방은 화재가 빈번한 곳이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소방서 건축을 미루던 끝에 결국 1928년 초 단성사 옆에 화재감시를 위한 망루와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는 차고를 갖춘 초현대식 경성소방서 부설 종로지서를 13,000원의 예산을 들여 짓기 시작해 1931년 8월에 완공하였다.
▲ 공사 중인 종로소방파출소 (1928.07.04)
당시에는 주변에 높은 건물도 없었기에 도심지 중심에 위치한 6층 높이의 초고층(?)에서 광화문, 시청, 청계천, 창덕궁 후원(비원)이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여서 이 망루 덕분에 종로와 동대문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종로지서는 본서인 경성소방서는 물론 그 어떤 소방서보다 빠르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또 여름이면 근처에 심어둔 담쟁이덩굴이 건물 전체를 덮어 장관을 이뤘기에 멀리에서도 찾아와 건물을 넋을 잃고 구경하고 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종로의 상징, 망루 철거와 소방서 재건축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층건물들이 하나둘씩 건설되자 망루의 시야가 가려지기 시작했다.
전화가 흔치 않았던 시대와는 달리 전화를 통한 화재신고가 늘어나면서 소방서 직원들의 화재감시라는 임무도 점점 줄어들었으며, 결국 1970년대 중반에 이르자 망루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건물이 된다.
▲ 철거되는 종로 소방파출소(1980.06.09)
게다가 건축 당시에는 초현대식이었으나 건물이 노후화되어 비가 새고 샤워장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관계로 직원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4,800만 원(현재가치 2억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신축을 결정하였다. 이후 1980년, 건축된 지 49년 만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소방파출소’로 불렸던 중부소방서 종로파출소의 철거가 시작되었다.
이후 새롭게 들어선 건물은 소방차 3대가 들어갈 수 있는 차고를 갖춘 현대식 2층 건물로 지어져 오늘날에 이른다.
▲ 단성사와 파출소, 소방서의 현재 모습 (2021년 10월)
현재 부근의 모습도 1930년대와는 달라졌고 세 건물의 명칭도 각각 단성사 영화역사관(단성골드 주얼리센터), 종로5가 파출소 종로3가 치안센터, 종로소방서 종로 119안전센터로 바뀌었지만 단성사 옆으로 소방서와 파출소가 나란히 있는 풍경은 거의 100년을 유지해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