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화학자 프리드리히 파네스(Friedrich Paneth)의 가족여행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리드리히 파네스(Friedrich Adolf Paneth, 1887~1958)는 오늘날 저명한 화학자로 알려져 있다. 인산염 광물인 파네타이트(Panethite, 인마그네슘 나트륨)와 달의 분화구 ‘파네스(Paneth)’가 바로 그의 이름을 딴 것.
파네스는 기독교 신자였지만 유대인 혈통이었기에 독일에 나치즘이 부상하자 영국으로의 귀화를 택하였고,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독일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진에도 관심이 컸던 파네스는 1912년부터 1938년까지 가족들과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을 여행하며 오토크롬(autochrome)사진술로 풍경을 기록했다. 아래의 사진은 그의 딸 에바 파네스(Eva Paneth)가 영국왕립사진협회에 기증한 것이다.
▲ 1912년,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주(Tirol)의 외츠탈(Ötztal) 풍경.
▲ 1912년, 외츠탈(Ötztal)의 얼음 위를 스키로 이동하는 모습.
▲ 1913년, 이집트 파라오 멘카레(Menkare)의 피라미드 입구. 앉아있는 여성은 프리드리히 파네스의 아내 엘세 하트만(Else Hartmann)으로 두 사람은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왔다.
▲ 1913년, 이집트 나일강의 필라이 섬(Philae)에 있는 트라야누스 키오스크(Trajan’s Kiosk) 유적을 배경으로 엘세 하트만이 앉아있다.
높이 15.85m의 트라야누스 키오스크는 아스완 로 댐(Aswan Low Dam) 건설로 인해 나일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진에서와같이 종종 침수되었으며, 아스완 하이 댐(Aswan High Dam)까지 지어지자 결국 1960년 유네스코에 의해 아질리카 섬(Agilika)으로 이전되었다.
▲ 1913년 12월 23일, 이집트 남부 룩소르의 숙소에서 나일강을 배경으로 책을 읽는 엘세 하트만.
▲ 1913년, 이집트 룩소르 서안 데이르 엘 메디나 사원(Temple of Deir el-Medina)의 입구.
▲ 1913년, 이집트의 사막에서 낙타를 탄 엘세 하트만과 현지 아이들. 프리드리히 파네스는 사진을 찍은 후 앉아있는 낙타에 올라타고 투어를 했을 것이다.
▲ 1913년, 이집트 룩소르 카르나크 신전(karnak).
▲ 1913년, 스핑크스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특이하게 오른쪽에 아내 엘세 하트만이 작게 촬영되어 있다. 쉽게 삭제하고 재촬영할 수 있는 현대의 디지털카메라였다면 아마도 이 사진은 삭제되지 않았을까.
▲ 1913년, 고대 유적지 앞에서 기념품을 파는 이집트 상인들. 110여 년 전이지만 이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 1915년 겨울, 이탈리아 북부의 산길 스텔비오 패스(Stelvio Pass)의 눈 덮인 탑.
▲ 1920년, 스코틀랜드 브라알 성(Braal Castle)과 유럽들소. 14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사진이 찍힌 당시에는 호텔로 개조되었다.
▲ 1924년, 프리드리히 파네스의 가족들. 오른쪽부터 아내 엘세 하트만, 아들 하인즈(Heinz, 1918년생), 딸 에바(Eva, 1914년생).
▲ 1925년, 친척일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옥상에 설치된 망원경을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은 모습. 개성 넘치는 100여 년 전 아이들의 옷차림이 이색적이다.
▲ 1925년, 아내 엘세 하트만과 아들 하인즈가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
▲ 1925년, 해변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딸 에바 파네스.
▲ 1925년, 이탈리아 스피날레 산(Monte Spinale)의 꽃밭에 앉아있는 에바 파네스.
▲ 1925년, 스코틀랜드에서 사냥에 성공한 에바 파네스가 잡은 새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 1925년, 만국기가 휘날리는 해변에 앉아있는 에바 파네스.
▲ 192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대성당(Saint Mark’s Basilica) 정문 위 로지아(Loggia)에서 촬영한 말 동상(The Hors of Saint Mark).
▲ 192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에서 촬영한 산마르코 대성당 정문.
로지아(테라스)에 있는 4마리의 말들은 원래 마차를 끄는 모습의 동상으로, 1204년 콘스탄티노플 함락 당시 말들만 옮겨와 설치되었다. 1797년 나폴레옹(Napoleon, 1769~1821)에 의해 약탈되어 파리의 카루젤 개선문(Arc de Triomphe du Carrousel) 위에 설치되었으나 1815년에 베네치아로 반환되었다. 이후 1980년대에는 대기오염 등으로 훼손이 심해지면서 말 동상(The Hors of Saint Mark)들은 성당 내부로 옮겨졌고, 현재 야외에는 복제품이 설치되어 있다.
▲ 카루젤 개선문의 말들은 조각가 프랑수아 조셉 보시오(Francois-Joseph Bosio)가 만든 것으로 대체되었다.
▲ 1927년, 딸 에바 파네스가 스위스 루체른 호수(Lake Lucerne) 근처에서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
▲ 1927년, 스위스 루체른 호수(Lake Lucerne) 기슭에서 수영복을 입고 휴식을 취하는 에바와 하인즈.
▲ 1930년, 이탈리아 스텔비오 패스(Stelvio Pass) 근처 마을의 풍경.
▲ 1930년, 이탈리아 가르다 호수(Lake Garda) 근처의 담벼락에 앉아서 포즈를 취한 에바 파네스.
▲ 1930년, 이탈리아 북부 티롤 주에 위치한 메라노(Merano)의 파스에르 계곡(Passeier Valley). 해발 3,335m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있는 곳으로 온천 휴양지로 유명하다.
▲ 1930년,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 호수(Lake Garda)에서 요트를 타는 파네스 가족.
▲ 1934년,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성 바실리 대성당(St. Basil’s Cathedral).
▲ 1934년, 핀란드 헬싱키의 시장 광장(Market Square) 근처 제방에 형성된 수상 노점.
▲ 1938년, 프랑스 북서부 브리타니(Brittany)의 주점 앞에 앉아있는 프리드리히 파네스의 가족들. 가장 왼쪽이 아들 하인즈, 카메라를 바라보는 여성이 딸 에바,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는 여성이 아내 엘세 하트만이고 나머지는 사촌들이다. 첫 사진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여행앨범의 마지막에는 성인이 된 모습이다.
뒤쪽에는 ‘필름 뤼미에르(FILM LUMIERE)’와 ‘코닥스(KODAKS)’라는 간판이 걸린 사진관이 보인다.
마치 사진 기술의 분기점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처럼 이 시기를 기점으로 코닥(Kodak)과 아그파(Agfa)의 기술력에 의해 오토크롬 뤼미에르(Autochrome Lumiere)사진술은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