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87) 세계 최초의 고양이 사진

아래의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1880년대에 촬영된 세계 최초의 고양이 사진‘으로 널리 퍼져있다.

 

아래의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1880년대에 촬영된 세계 최초의 고양이 사진'으로 널리 퍼져있다. 1


하지만 세계 최초의 사진촬영이 1826년에 성공했고, 1839년 다게레오타이프(daguerreotype)가 발명된 것을 떠올려보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최초의 사진’들은 위 사진과는 달리 다게레오타이프 혹은 캘러타이프(Calotype)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관련 글: 상황별 최초의 사진들)

 

물론 초창기의 사진촬영은 노출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장시간 고양이를 가만히 앉아있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애완동물을 50여 년간 피사체로 선택하려는 도전조차 없었을까.

 

당연히 고양이를 촬영하려는 시도는 있었고, 1880년보다 앞선 시기의 작품들은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1860년~1865년경, 제7 뉴욕보병연대의 고양이

1860년~1865년경, 제7 뉴욕보병연대(7th N.Y. Infantry) 소속의 보병들이 막사 앞에서 촬영한 사진. 장교로 보이는 남자가 새끼 고양이를 안고 앉아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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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고양이는 쥐들로부터 식량을 지키는 임무는 물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애완동물로도 길러졌다. 오늘날 군대에서도 ‘짬타이거’라는 별명으로 막사 주변에는 고양이가 늘 존재한다.

 

1850년~1855년경, 잠자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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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1855년경, 웨일스의 사진작가 캘버트 존스(Calvert Jones, 1804~1877)가 촬영한 잠자는 고양이의 모습. 자고 있는 고양이를 깨우지 않고 사진에 담으려고 조심조심 카메라를 세팅했을 상황이 쉽게 그려진다.

 

1850년~1855년경, 귀부인과 고양이

한 부인이 얼룩무늬 고양이를 안고 앉아있는 모습으로 1850년~1855년 사이에 촬영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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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사진촬영은 매우 비쌌기 때문에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사진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이 사진은 금박테두리와 잠금장치까지 부착된 목재케이스에 들어가 있으며, 사진을 덮는 내부의 재질도 벨벳으로 매우 고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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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사진 한 장에 돈을 허투루 낭비할 수는 없는 법. 부인은 고양이가 자칫 빠져나가서 모처럼의 사진촬영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팔로 완전히 감싸고 있다.

 

1850년경,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

미국 캔자스시티 넬슨-엣킨스 미술관(Nelson-Atkins Museum of Art)이 소장하고 있는 ‘창가에 앉아있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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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경 다게레오타이프로 촬영된 사진으로, 애묘인이라면 창밖의 무언가를 고양이가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정지동작으로 감상하는 모습이 익숙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보면 머리가 살짝 흔들렸을 정도로 촬영에 오랜 시간의 노출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50년경, 시각장애인과 고양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박물관인 조지 이스트만 박물관(George Eastman Museum)에 오래된 고양이 사진 한 장쯤이 없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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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경에 촬영된 이 사진은 시각장애인이 그의 고양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촬영하였다. 오랜 노출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고양이가 머리를 움직여서 몸통만 현상된 것을 볼 수 있다.

 

1850년경, 고양이를 안고 있는 아이들

1850년경, 미국에서 다게레오타이프로 촬영된 고양이를 안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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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린이 모두 옷차림과 소녀의 헤어스타일에서 부유층의 자제들임을 추정할 수 있으며, 사진이 보관된 케이스도 고급스럽게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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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년~1850년경, 연회의 고양이

1843년~1850년 사이에 촬영된 상류층의 연회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으로,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주인으로 보이는 소녀의 발밑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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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세계 최초로 의도하지 않고 촬영된 고양이‘라면 이 사진이 아닐까.

 

1840년~1860년경, 뛰쳐나가기 직전의 고양이

미국 의회도서관(The Library of Congress)에 소장되어 있는 사진으로 신원미상의 남성이 고양이를 안고 있는 모습. 다게레오타이프로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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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자세를 곧게 잡고 있지만 고양이는 놀란 눈으로 언제라도 뛰쳐나갈 태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촬영 성공까지 꽤 고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840년~1860년경, 식사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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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촬영된 사진기술이나 품질로 볼 때 다게레오타이프가 첫 도입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사진이다.

 

현재까지는 가장 오래된, 즉 ‘세계 최초의 고양이 사진‘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 호튼도서관(Houghton Library)이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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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사진촬영에 긴 노출시간이 필요했지만, 고양이를 오랫동안 타의로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먹이를 주고 촬영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몸은 가만히 있게 할 수 있었더라도 머리는 먹느라 흔들리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해리 포인터의 ‘브라이튼 고양이 시리즈’

살펴본 바와 같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사진촬영의 대상으로 삼고자 했던 시도는 1880년보다 훨씬 앞서 꽤 많이 있었으며, 남아있는 사진이 이 정도라면 실제로 촬영한 경우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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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원래 흑백이었겠지만 최근에 채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나온 고양이 사진을 단순히 착오로 인해 잘못 퍼진 것으로 덮어버리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작품에는 ‘영국 브라이튼 출신의 사진작가 해리 포인터(Harry Pointer)가 촬영했다’는 출처가 남아있기 때문. 1870년경, 해리 포인터는 고양이가 먹고자는 일반적인 모습 이외의 다양한 포즈를 설정해 촬영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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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포인터(Harry Pointer, 1822~1889)와 고양이들

 

그의 작품 목록에서 위의 고양이 사진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해리 포인터의 이름을 오래된 고양이 사진에 임의로 붙여 넣어 신뢰성을 더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해리 포인터가 당대에 고양이 사진작가로 유명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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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포인터의 고양이 엽서


해리 포인터는 고양이를 정물화와 같은 구도로 촬영하는가 하면 자전거를 타는 고양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고양이, 운동하는 고양이 등으로 유머러스하게 꾸며냈다.


그리고 이런 사진들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자 그는 사진에 간단한 문구를 넣어 엽서로 판매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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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해리 포인터의 작품은 ‘세계 최초의 고양이 사진’은 아니지만, ‘세계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고양이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촬영된 ‘브라이튼 고양이(The Brighton Cats)’시리즈가 1884년까지 200장이 넘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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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appy new year’ 가 적힌 고양이 사진


당대에 해리 포인터의 사진들은 재미 이외에도 단순한 애완동물이었던 고양이에게 애정과 헌신을 비롯해 인간적인 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투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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