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구급차가 운행한 시기

국내 최초로 구급차가 운행한 시기는 대한민국 소방청의 공식 발표로는 ‘1938년 10월 10일‘이다.

 

하지만 1938년이면 수십만 대의 차량이 투입된 세계 제2차 대전이 바로 이듬해이다. 기술적으로 ‘최초로’구급차가 운행했다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로 보인다.

 

무엇보다 조선 최초의 택시가 1919년부터 운행했기에, 생명을 다루는 구급차가 그보다 20년 가까이나 늦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국내 최초로 구급차가 운행한 시기는 대한민국 소방청의 공식 발표로는 '1938년 10월 10일'이다. 1
▲ ‘최초의 구급차’관련 소방청 공식 보도자료


그렇다면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 구급차 한대조차 주지 않은 것인가‘라는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반도에는 병합 전인 1906년에도 8만여 명에 달하는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었고, 병합 직후인 1910년에는 171,543명, 1919년 346,619명, 해방 직전인 1945년에는 약 80만 명에 달했다.

 

즉 수십만 명의 자국인이 있는데, 대도시 경성에 구급차를 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소방청의 기록은 ‘소방서 소속 최초의 구급차’를 의미


소방청의 ‘국내 최초 구급차‘ 기록은 아래 동아일보의 1938년 9월 4일 자 기사를 근거로 하고 있다.

 

– 구급차 출현(救急車出現)

 

시급한 수당과 치료를 요하는 교통사고, 화재의 희생자를 재빨리 병원에 운반하는 구급차(救急車)가 조선에서 처음으로 경성에 용자(龍姿)를 나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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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모터스 구급차

 

경성교통안전협회(京城交通安全協會)에서는 교통사고 또는 화재로 인한 부상자가 신속한 수당과 치료를 받지 못하여 귀중한 생명을 잃는 수가 적지 않으므로 이를 재빠르게 병원에 운반하는 구급차를 구입코자 지난번 육천 원을 들여 구급차의 제작을 경성모터스주식회사에 의뢰하였던바, 금번 이것이 완성되어 3일 경기도 보안과에서 시운전을 행하였다.

 

이 차는 중상 2명, 경상자 4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이를 소방서(消防署)에 두어 사고 발생 신고에 의하여 언제든지 재빠르게 출동하도록 하였다.

【동아일보 1938.09.04】


조선에서 처음으로‘라는 문구가 있지만 맨 마지막 줄에 있듯이 관청의 위생과나 병원의 구급차와는 별도로 ‘소방서에 소속된 차량으로는 최초의 구급차‘라는 의미로 보인다. 즉 긴급번호 119와 연계된 구급차로는 최초인 것이다.

 

아래는 위와 같은 차량을 소개한 매일신보의 기사이다.

 

‘구급차’ 이것은 이름과 같이 급한 것을 구해주는 차입니다.

 

언뜻 보아서는 ‘버스’와 비슷함으로 손을 들고 정거하기를 기다리는 손님도 있기는 하나, 손님을 태워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급한 일. 즉 교통사고, 전염병, 기타 생각지 않은 재변을 당하였을 때 쫓아가서 그것을 구해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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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돌사고에 출동한 구급차와 구경꾼들

 

서울에는 소방서 안에 두대가 있는데 그것이 생기기는 작년 10월 16일이었습니다.

 

그 차 안에는 운전수와 의사와 조수 세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화물차가 전차와 충돌하였을 때와 같은 때 사람이 상하게 된다면 달려가서 그것을 구해주는 것입니다.

 

부상자를 태울 수 있는데 아주 위독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부 그 자동차 안에서 고칠 수 있도록 설비가 되어 있습니다.

【매일신보 1939.08.06】

 

그렇다면 소방서뿐만 아니라 병원까지 통틀어 국내에 구급차가 최초로 운행한 시기는 언제일까.

 

1921년에 도입된 국내 최초의 구급차


1921년 3월, 당시 신문에 경성부청 위생과에서 도입한 환자수송을 위한 구급차가 사진과 함께 소개되었다.

 

이번에 경성부청 위생과에서는 여름에 유행병이 유행할 때에 환자를 민속(敏速)히 운반하기 위하여 환자수송용 자동차(닷지 프라쟈 두대)를 5,500원에 사들였다. 차의 구조는 안에 두 사람의 환자를 태우게 되어있으며, 앉는 자리는 들것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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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1년, 경성부청 위생과의 구급차


조선 최초의 택시도 닷지(Dodge) 차량이었던 것처럼, 1921년에 경성부 위생과에서 도입한 구급차도 닷지 차량이다. 시기로 볼 때 이 구급차가 소방서와 병원을 막론하고 국내에서 최초로 운행한 구급차로 보인다.

 

1927년 대도시 교사의 월급이 7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921년 5,500원의 차량 가격은 현재 가치로 1억원 중반을 훌쩍 넘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아래 글 참조) 이는 1921년의 ‘자동차‘라는 존재가 그만큼 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관련글: 최초의 무선방송과 라디오 가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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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안남도에 전달되는 구급차 【朝鮮新聞 1932.12.09】

 

당시 구급차는 ‘이동하는 병원‘이라 불렸던 최첨단 기계로, 평안남도의 경우 구급차가 배속되자 위의 사진과 같이 주민들이 환호하고 교부식을 가졌던 장면이 남아있다. 심지어 구급차의 운전수도 평양 위수병원(衛戍病院)의 ‘병원장‘이었던 미야케(三宅)가 선정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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