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파병된 미군이 부산에서 본 고향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 한반도 사수의 급박한 임무를 띤 미군 장병들은 굳은 표정으로 부산항에 내렸다. 이들은 곧바로 철도역으로 이동하여 최전선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야 했다.
순간 행진하던 미군들이 한바탕 웃을 만한 장면이 펼쳐졌는데.. 과연 무슨 일이었을까.
▲ 1950년 부산거리. 뒤쪽 355호 차량이 미국 애틀랜타에서 수입한 전차이다.
해방 후 미군정은 한반도에 물자원조를 통한 사회안정을 시도했다. 당시 미국에서 들여온 각종 중고기계와 차량 속에는 LA나 애틀랜타의 거리를 누비던 노면전차들도 있었다.
▲ 애틀랜타에서 촬영된 전차(1944년)
당시 부산은 더럽고 혼잡하였고, 고향 미국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지만 거리의 전차들은 그들에게 낯익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고향에서 보던 익숙한 차량들을 보고 잠시나마 폭소하며 향수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 부산의 354호, 360호, 362호 전차
부산 시내를 달리던 전차 옆에는 영어로 쓰여진 광고도 그대로 붙어있었기 때문에, 애틀랜타 출신이 아닌 미군 장병들에게도 전장의 두려움을 잊게 해주는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 외국 군용차량에 적힌 한글 상호를 보는 한국인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전쟁 직후 도착한 미군이 보았던 부산의 전차 중 현재까지 한국에 남아있는 것은 없지만, 몇 년 후인 1952년에 애틀랜타에서 무상원조로 들어온 차량이 현재 부산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석당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 1952년 수입된 전차. 등록문화재 494호 (동아대학교 소장)
당시 40대의 1927년형 GP&L 800(860~899호) 시리즈가 수입되었고, 부산에서 운행된 20대 중 한 대가 국내 유일의 미국산 전차로 보존되고 있는 것.
▲ 동아대학교 전차와 동일한 전차 860호(1927년)
부산의 전차는 1968년까지 운행하였으며, 운행 중단 후에는 동아대학교 측이 893호 차량을 학습용으로 기증받아 복원 후 2011년 7월부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