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BIFF 광장 ‘동아데파트’의 옛모습, ‘쇼와칸(昭和館)’
‘영화의 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BIFF 광장(부산국제영화제 광장)은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형성된 거리이다. 하지만 영화산업의 메카로서의 역사는 그보다 더 앞선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의 흔적은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부산 중구 광복로를 지나다 보면 외관으로는 수십 년 정도 되어보이는 종합상가건물이 있다.(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3가 4-1)
다른 화려한 간판들에 가려 빌딩의 이름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눈여겨보면 건물 1층 상단에 ‘동아데파트‘라는 흰색글자가 보인다.
‘동아데파트‘. 이름 그대로 ‘동아 디파트먼트스토어(Department Store)’의 일본식 영어표기로, 1968년부터 동아백화점(東亜百貨店)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건물의 역사는 그보다 47년 전인 쇼와 6년(1931년) 12월 31일에 시작되는데, 일본 홋카이도 출신의 사업가 사쿠라바 후지오(桜庭藤夫, 1892~?)가 ‘쇼와칸(昭和館)’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을 개관한 것이 그 시작이다.
경성에 설립된 메이지자(명치좌, 明治座)처럼 당시에는 일제의 연호를 딴 영화관들이 설립되었는데, 쇼와칸 역시 그런 유행을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 관련 글: 1940년대 경성의 모습과 명치좌(명동예술극장)
▲ 쇼와칸 시절의 건물. 상단에 ‘SHOWAKAN’이라는 영문간판이 보인다.
지금은 영화관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출범 당시만 해도 최첨단 설비를 갖춘 곳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사쿠라바 후지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영화배급사를 설립하고, 미국 파라마운트(Paramount Pictures Inc.)와 계약한 뒤 해외영화를 수입해 상영하기도 했다.
▲ 2022년 8월, BIFF 광장에서 본 동아데파트 건물(오른쪽)
이후 일제의 패망으로 쇼와칸의 경영권이 한국인에게 넘어가면서 1946년 1월 1일부로 ‘조선극장(朝鮮劇場)’으로 바뀌었고, 1949년 12월 8일부터는 ‘동아극장(東亜劇場)’으로 개칭되어 운영되었다.
▲ 건물 측면에는 1920년대~30년대에 유행했던 아르데코(Art Deco)풍의 창문이 남아있다.
동아극장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산의 영화산업이 침체, 쇠퇴기를 맞게되자 1968년 7월 22일에 폐관하게 된다. 그리고 부산 동아대학교의 모체인 동아학숙재단(東亞學塾財團)이 인수하여 백화점으로 용도변경하면서 ‘동아데파트’라는 이름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 건물의 양쪽 측면에 ‘東亞데파트’ 이름이 적힌 입구가 있다.
오랜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시발점으로 선택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부산영화산업의 중심지였던 역사를 품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쇼와칸(동아데파트)에서 8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일제시대 경쟁극장이었던 보래관(寶來館)이 있었다.
▲ 국민은행 구 광복동지점(옛 보래관 건물) | 신축공사(2019년 11월) | 현재의 건물(2022년 8월)
이곳 역시 당시의 건물 형태를 유지하며 은행건물(국민은행 광복동지점)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철거되어 새로운 건물이 신축되었다. 이로써 부산 근대영화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은 동아데파트만이 유일하게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