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7] 명옥(明玉, 기생)

평양부 태생으로 아홉 살부터 기생학교에 입학하여 가무 음률을 배웠는데, 재주와 총명이 과인(過人)하여 가야금은 불과 기년(期年)만에 선생을 압도하였고 춤에는 춘양무(春陽舞)요, 소리에는 시조, 노래, 가사, 놀량사거리, 수심가, 그 외 여러 가지 잡가 하나하나가 명창이라.

 

입가에는 항상 방글방글하는 웃음을 띄며 손님을 대함이 화려한 기운이 있으며, 금년 28세이지만 노성(老成)한 태도가 있음은 사람을 많이 열력(閱歷)한 증거로다.

 

작년 5월에 고향을 떠나 경성으로 올라오니 무부기조합에서는 환영하는 뜻으로 상다동 5통 2호에 처소를 정하여 주었으며, 올라온 지 며칠이 못 되어 꽃다운 이름과 재조(才操)있다는 소문이 경성 내에 전파되었더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명옥(明玉)

 

 “기생 노릇이 좋으냐 말씀이오니까? 좋기야 무엇이 좋겠습니까. 이왕 몸을 적시어 놓았으니까 그럭저럭 지내지요.”

 

“소원은 다만 적당한 남편이 있어서 내 한 몸 데려다가 사랑으로 살아주면 그 남편을 바라고 평생을 누리겠습니다.”

 

“아직은 한 살이라도 젊어있으니까 여기서도 오너라 저기서도 오너라 하지오마는 세월이 늘 그렇습니까. 겉으로는 허허해도 속마음은 딴판이지요.”

 

“그런데 저는 앞니 사이가 벌어졌다고 남들이 흉을 보는데 금니를 한 개 해 박아야 하겠어요… 반짝반짝하여서 남 보기에도 좋을 것이요.” (고개를 갸웃갸웃하고 쌍긋쌍긋) 

【每日申報. 藝壇一百人(七).명옥 1914.02.03.

– 과인(過人): 능력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다.
– 기년(期年): 만 일 년이 되는 날
– 놀량사거리: 사당패가 불렀던 노래
– 노성(老成)한: 나이에 비해 성숙한
– 열력(閱歷): 여러 가지 일을 겪어 지내 옴
– 무부기조합(無夫妓組合):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들의 단체
– 상다동(上茶洞): 현재의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과 무교동. 웃다방골이란 이름에서 유래
– 쌍긋쌍긋: 눈과 입을 귀엽게 움직이며 소리 없이 가볍게 자꾸 웃는 모양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