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8] 월중선(月中仙, 기생)
경상남도 진주군 수정봉(水晶峰) 아래에 있는 대안면(大安面)에서는 일대 명기 월중선(月中仙)이가 출생하였도다.
10세부터 기안(妓案)에 입참(入參)하여 진주에서 이름이 나타났다가 경성 서부 칼골(刀子洞) 최장호(崔章鎬)의 기생으로 올라오니, 화살 같은 세월은 머무를 줄 모르고 무정히 팔개성상(八個星霜)이 흐르고 연기(年紀)는 벌써 23세에 이르렀으니 지금은 광교기생조합의 취체역(取締役)이 되어 수석의 대우를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현금, 양금, 가야금이며 승무, 검무, 입무 등 각항(各項) 재주를 구비하여 섬섬옥수로 칠현금을 희롱할 때에는 듣는 사람들이 유성기 광고의 부처님이로다.
▲ 월중선(月中仙)
조실모친하고 환거(鰥居)하는 부친을 공양할 도리가 전혀 없어 섬약(纖弱)한 여자의 몸으로 기생에 들어갈 때에는 아무리 부친을 위하는 마음이지만 한숨과 눈물이 어린 눈에 돌았다더라.
▲ 대안면 현재 모습(진주시 중앙동)
“저는 고향에 계신 부친을 잠들기 전에는 잊을 수가 없어 한 달에 여섯 번씩은 반드시 문안편지라도 부치지요.”
“이왕 기생의 두목이 되었으니 제 직분을 다하여 기생 조합의 사무를 어디까지든지 취서(就緖)케 하여 놓을 작정이올시다.”
“아~ 그러나 다시 제 몸을 돌아보아 생각하면 어찌하여 제 팔자에는 반가운 기회가 더디게 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손님들은 나에게 여우가 되었다고 하시니 정말 여우가 되었을까요… 아직 멀었어요 조금 더 있어야지 하하하…”
말소리는 옥반에 구슬이 구르고 웃는 입에는 꽃송이가 반개(半開)한 듯.
【每日申報. 藝壇一百人(八).월즁션 1914.02.05.】
– 대안면(大安面): 현재 진주시 중앙동.
– 기안(妓案): 관아에서 기생의 이름을 기록하여 두던 족보.
– 입참(入參): 참여하다. 소속되다.
– 칼골(刀子洞): 도자동. 칼을 거래하는 도자전(刀子廛)에서 유래. 현재 중구 무교동~태평로 1가.
– 성상(星霜): 햇수를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단위. 팔개성상(八個星霜)은 8년.
– 연기(年紀): 대강의 나이.
– 취체역(取締役): 주식회사의 이사를 이르던 말.
– 각항(各項): 여러가지.
– 환거(鰥居): 홀아비로 삶.
– 섬약(纖弱): 연약한.
– 취서(就緖)케: 일이 잘 될 수 있게.
– 반개(半開): 꽃이 반쯤 핌.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