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9] 옥향(玉香, 기생)

아홉 살부터 해주군에서 홍련(紅蓮)이라는 이름으로 성가(聲價)가 일도(一道)에 자자하였는데 17세에 이른 후에는 뜻이 있어 용당포(龍塘浦)에서 배를 띄우고 경성으로 올라오니, 이름은 다시 옥향(玉香)으로 개명하였더라.

 

집은 한성은행 뒷골목이요, 금년은 19세니.

 

강보에 싸였을 때에 부친을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무남독녀로 제반 간고(艱苦)를 무수히 겪다가 기생으로 발천(發闡)하니 재조(才操)를 팔아 모친을 공양함은 심청의 효도를 효측하였도다.

 

아홉 살부터 해주군에서 홍련(紅蓮)이라는 이름으로 성가(聲價)가 일도(一道)에 자자하였는데 17세에 이른 후에는 뜻이 있어 용당포(龍塘浦)에서 배를 띄우고 경성으로 올라오니, 이름은 다시 옥향(玉香)으로 개명하였더라. 1
▲ 옥향(玉香)


동그스름한 얼굴에 방긋방긋 웃음을 띄울 때는 두 볼에 우물을 파는도다.

 

청아한 향소리에는 각항(各項) 노래, 가무를 겸비하고, 월명사창(月明紗窓)에 적적히 앉아 있다가 고의(故誼) 모친 생각 불현듯 할 때, 평생의 장기인 거문고를 비스듬히 들고 「둥둥둥」 사친곡(思親曲) 한 곡조로 스스로 마음을 위로하는 때도 많았더라.

 

“사람이 세상에 나서 어찌하면 육례(六禮)를 갖추어 인륜의 근원을 맺어 보지도 못하고 어려서부터 이 모양으로 세월을 보내게 되는지 한심한 일도 다 많지요.”

 

“정말이지, 저는 간사한 말이 아니라 한 번만 남편을 얻어봤으면 원이 없겠어요. 그 남편은 빌어먹더라도 한결같이 손목을 잡고 다니지 남들처럼 감탄고토는 아니하겠습니다.”

 

“그 외에는 다 말씀할 수 없으니 아무쪼록 소개를 잘하여줍시오…”

 

(두 번째 방긋하는 양협에는 보조개가 오묵)

【每日申報. 藝壇一百人(九).옥향 1914.02.06.】

– 성가(聲價): 세상에 드러난 소문이나 평가.
– 일도(一道): 도(행정구역) 전체에.
 한성은행: 현재 신한은행 광교영업부.
– 간고(艱苦): 가난하고 고생스러움.
– 발천(發闡): 세상에 나섬.
– 재조(才操): 재주. 무엇을 잘하는 소질과 타고난 슬기.
– 효측: 효칙(效則)의 옛말. 본받아 법으로 삼음.
– 각항(各項): 여러 가지.
– 월명사창(月明紗窓): 달빛 밝은 창가.
– 고의(故誼): 정든.
– 사친곡(思親曲):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음악.
–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 양협(兩頰): 두 뺨.
– 오묵: 북한어. 가운데가 동그스름하게 푹 패거나 들어가 있는 모양.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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