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14] 오금향(吳錦香, 기생)

창원은 고향이요, 현주소는 하다동 이경백(李景伯)의 집이라.
연기는 19세요, 체격은 부대하다.
웃을 때는 눈을 감고, 말할 때는 고갯짓 한다.

 

율에는 양금이요, 춤에는 승무로다.
소리에 노래, 가사, 시조, 육자배기 등이오. 간혹 차문주가도 곧잘 한단 말이야.

 

손님의 좌석에서는 친불친을 막론하고 희희낙락하여 극진히 만족함을 주는 고로 사람마다 즐거워하지 않는 자가 없음은 금향의 특별한 재조이라.

 

경성에서 기생 노릇한지가 벌써 3년이라.

그동안 지낸 경력이 많다 할 수는 없으면서도, 여러 청년의 부모로 하여금 주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도록 근심을 끼친 것도 재조가 아니라고 할 수 없더라.

손님의 좌석에서는 친불친을 막론하고 희희낙락하여 극진히 만족함을 주는 고로 사람마다 즐거워하지 않는 자가 없음은 금향의 특별한 재조이라. 1
▲ 오금향(吳錦香)

 

「세월아 가지 마라. 석화 같은 우리 인생, 유수 같은 광음 속에 속절없이 늙어지니.

화쇠필유중개일이요, 인로중무갱소년이니 다시 젊기 바랄쏘냐」

하는 목소리에는 무유학지잠교하고, 읍고주지이부도 가능하겠더라.

 

“저는 기생 노릇이 하고 싶은 것도 아니요, 부득이한 것도 아니요, 어쩌다가 기생이 되었습니다.”

 

“요사이 날마다 신문에 기생 사진이 납디다마는 나는 얼굴이 어여쁘지 아니하니 제발 사진은 그만두어 주시오.”

 

하하하 할 때에 역시 눈웃음은 잊어버리지 아니하고 그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일 듯.

【매일신보 1914.02.14】

– 하다동(下茶洞):현재의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
– 연기(年期):일 년을 단위로 하는 기간. 나이
– 부대하다: 몸뚱이가 뚱뚱하고 크다.
– 차문(借文): 남의 시문을 대신 지어줌
– 주가(呪歌): 신앙 행위를 할 때 부르는 노래
– 친불친(親不親):친함과 친하지 아니함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재조(才操): 재주. 무엇을 잘하는 소질과 타고난 슬기
– 광음(光陰):햇빛과 그늘. 낮과 밤이라는 뜻으로, 시간이나 세월을 이르는 말
– 화쇠필유중개일(花衰必有重開日):꽃은 지면 다시 피는 날이 있어도
– 인로증무갱소년(人老曾無更少年): 사람이 늙으면 다시 젊어지는 법은 없다.
– 무유학지잠교(舞幽壑之潛蛟):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교룡을 춤추게 하고
– 읍고주지이부(泣孤舟之嫠婦): 외로운 배 속에 탄 과부를 흐느끼게 한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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