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16] 월선(月仙, 기생)

평양기생계의 제1위를 차지한 기생은 월선이라.

그 모양은 별로 얌전하고 알뜰하지 않으나 소담하고 실팍하고 수수하여 보기 좋게 생겼으며, 노래와 춤도 물론 남에게 양보치 아니하고 현금, 양금, 삼미선은 참 잘한다는 평판이 원근에 낭자함은 일반사회에서 다 아는 바이니와 국어(일본어)의 한숙함은 통변(통역)의 자격이 넉넉하고, 내지 기생의 가무도 모르는 것이 없으므로 내지 인사의 사랑을 더욱 받는 터이라.

 

이 월선이는 본시 평양 생장으로 열두 살에 기생이 되었고, 열여섯 살에 평양예기조합을 설립하고 그 조합 간사가 되어 지금까지 각근 시무하므로 모든 기생들에게 존경 대우를 받을뿐더러 다년간 화류계 출신으로 대인 접객에 능란한 수단은 청년 남자의 간장을 봄눈 녹이듯 하는도다.

 

그러나 한 가지 애석한 것은 세월의 재촉함으로 인하여 월선의 춘광이 벌써 이십에 둘을 더하였으니, 삼오이팔(三五二八)의 좋은 시절을 다시 만나보지 못하게 되었음은 월선이 자탄하지 않을 수 없겠더라.

 

이 월선이는 본시 평양 생장으로 열두 살에 기생이 되었고, 열여섯 살에 평양예기조합을 설립하고 그 조합 간사가 되어 지금까지 각근 시무하므로 모든 기생들에게 존경 대우를 받을뿐더러 다년간 화류계 출신으로 대인 접객에 능란한 수단은 청년 남자의 간장을 봄눈 녹이듯 하는도다. 1
▲ 월선(月仙)

 

“세월아 가지 마라, 내가 요만하고 늙지 아니하게.”

 

“나를 보고 나이 많아 이마에 낙발(落髮)이 되었다고들 흉보지 마시오. 그것은 천연적으로 되었답니다.”

 

“날보고 살림하자는 ‘하이칼라상’은 많지마는 내가 없으면 평양기생계가 적막하겠기.”

【매일신보 1914.02.17】

– 실팍하다: 사람이 보기에 매우 실하다. 참하다.
– 삼미선: 샤미센(三味線). 일본 전통 현악기
– 원근(遠近): 멀고 가까운 곳 모두

– 한숙(嫺熟): 단련되어 익숙함
– 내지(内地): 일본 본토
 생장(生長): 나서 자람
– 각근(恪勤): 정성을 다하여 부지런히 힘씀
– 시무(時務):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일
– 춘광(春光): 젊은 사람의 나이를 문어적으로 이르는 말
– 자탄(自歎): 자신의 처지에 탄식함
– 삼오이팔(三五二八): 열다섯, 열여섯 살
– 낙발(落髮): 머리카락이 빠짐
– 하이칼라상(はいからさん): high collar. 서양식 유행을 따르던 멋쟁이를 이르던 말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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