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19] 섬홍(蟾紅, 기생)

이름이 좋다. 섬홍이로구나 구운몽의 「계섬월」의 섬자런가.

이름부터 사람의 주의를 일으키는구나.

 

평양은 자고로 금수강산이라 하였으니 그중에는 여화미인도 없지 아니할 것이요, 호걸여자도 있을 것이라.

그중에도 평양 화류계에 제일 수단 있고 활동 잘하는 기생은 섬홍이니 어려서부터 기생 노릇을 하였건만 기생의 태도는 적고, 수수한 모양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인가 의심할 만하겠으나 훨씬 패인 목은 소견스러운 격이오, 홉뜬 듯한 눈은 사람의 오장을 능히 들여다보는 정력이 있으리로다.

 

이름이 좋다. 섬홍이로구나 구운몽의 「계섬월」의 섬자런가. 1
▲ 섬홍(蟾紅)

 

방년은 22세로되 잠깐 보기에는 어린애 태도가 아직도 남아있으며, 여러 해 쌓은 경력은 지금 평양부 예기조합 간사의 직책을 띄웠더라.

 

아름답다 이르기는 어려우나 어리숙한 얼굴은 은근한 정을 상대자에게 암암 중 주는 것으로 일대 수단을 걷는 것이 아닌가?

 

“거문고․양금도 조금 흉내는 낼 줄 알지요마는 춤은 별로 잘한다 할 수 없어요.”

“저는 재목이 똑 적당한 데가 있지요마는 누가 알아주어야지요.”

“무엇에 적당하냐 하시는 말씀이오니까?… 하하하 부끄러워서 어찌 대답하나… 남의 첩 재목으로는 똑… 그런 말씀 또 소문내지 마시요.”

【매일신보 1914.02.20】

– 여화미인(女祸美人): 나라를 망하게 하는 미인
– 홉뜬:눈알을 위로 굴리고 눈시울을 위로 치뜬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