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이끼제거 우렁이, 히메타니시(강우렁이)
어항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면 달팽이나 우렁이 종류 중 하나쯤은 선택해서 기르게 된다. 나는 히메타니시(ひめたにし)라는 우렁이를 샀는데, ‘강우렁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둘 다 학명은 ‘Sinotaia quadrata’로 같다. 원산지는 동북아시아 일대로 늪이나 개울가, 논의 용수로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행성 생물이다.
히메타니시는 「아가씨(ひめ) 우렁이(たにし)」라는 뜻. 이름에서 언뜻 ‘우렁각시’ 설화가 떠오르는데, 역시나 일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그 설화와 관계된 것이 아닐까.
히메타니시의 식성
이런 우렁이 종류를 도입하는 것은 역시 이끼나 먹이 찌꺼기 등을 조금이라도 제거하는 역할 때문이다.
히메타니시의 경우 먹는 종류가 꽤 많은데 돌이나 유리벽에 붙은 이끼는 물론이고, 식물 플랑크톤의 과다 발생으로 생기는 녹조도 좋은 먹이가 된다. 직접 물을 빨아들인 다음 여과해서 정화해주기 때문에 수질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녹조를 먹는 우렁이 종류는 드물다.)
또한 생물들이 먹다 남은 사료는 당연하고 죽은 물고기나 새우의 사체도 먹어치운다. 어항이 너무 깨끗하면 히메타니시가 굶어 죽을 수도 있으니 이때는 인공사료를 줘야 한다.
이처럼 식성은 좋지만 한국 우렁이나 애플 스네일과는 달리 수초를 갉아먹지 않기 때문에 수초항에도 부담 없이 넣어줄 수 있다. 또한 히메타니시의 배설물은 물에 녹아들기 어려운 성질이 있기 때문에 수질오염도 덜하다.
히메타니시 서식환경
히메타니시는 수온변화에 매우 강하다. 17~30℃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적정온도이지만, 5℃ 정도의 저온에서도 동면으로 겨울을 날 수 있기 때문에 히터가 필요 없다.
추위보다는 더위에 취약하기 때문에 수량이 적은 미니어항에서는 30℃를 넘는 수온에 주의해야 한다. 수온이 낮거나 야외에 놓고 기르는 경우라면 동면을 위해 고운 모래를 바닥재로 쓰는 게 좋다.
또 수질변화에도 매우 강하다. 생물을 처음 기르기 시작할 때 물잡이를 꽤 오래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히메타니시의 경우 막 수족관을 꾸미고 물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방 넣어줄 수 있다.
적합한 수소이온 농도(pH)는 pH5~pH9로 pH7의 수돗물 정도면 매우 안정적인 환경이다.
※수돗물의 pH는 대략 비슷하지만 아래에서 지역별 정확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확인 link
–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확인 link
– 대전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확인 link
– 대구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확인 link
– 광주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확인 link
히메타니시는 물속의 산소가 부족하거나 수질이 나빠지면 수면 근처까지 기어올라오며, 암모니아나 아질산염의 농도가 높아지면 집속으로 들어가 껍질을 닫아버리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수질오염의 지표가 된다.
히메타니시의 특성
어항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수면의 높이를 어항 높이와 거의 비슷하게 해 줬을 경우이다.
이런 경우 뚜껑을 닫아주거나 혹은 어항 높이보다 5cm 정도 물높이를 낮게 해 주면 밖으로 탈출할 일이 없다. 가끔 전기선이나 에어호스를 타고 나가는 일도 있지만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혹시 탈출하더라도 껍질안으로 틀어박혀 버티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문제없고, 길게는 일주일 후에도 살아나는 생명력을 보인다.
물고기와 함께 기를 경우 치어를 공격하지 않고, 물고기에게도 습격당하는 일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합사가 가능하며, 평균수명은 2~4년 정도로 어항 내에서도 야생에서와 비슷한 수명을 보여준다.
히메타니시의 번식
히메타니시는 개체들이 모두 비슷해 보여서 자웅동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암수가 따로 있는 자웅이체이다.
암수 구분은 촉각의 모양으로 할 수 있는데, 촉각의 한쪽이 말려있는 것이 수컷이고 둘 다 똑바로 서있는 개체는 암컷이다.
▲ 수컷: 촉각 한 쪽이 말려있다.
▲ 암컷: 촉각 양쪽이 모두 곧게 펴 있다.
특별한 준비 없이 어항에 암수 성체를 넣어주면 교미를 하고 번식을 시작한다. 산란을 통한 대량의 번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지만 수초나 어항 벽에 알을 붙이는 골칫거리는 없다.
어느 순간 성체와 똑같이 생긴 치패(稚貝)를 하루에 한두 마리씩 낳는데, 야생에서는 6~8월이 번식기이지만 어항 내에서는 온도만 맞으면 언제든지 번식한다.
▲ 치패(稚貝)
막 태어난 치패의 크기는 약 5mm로 작아서 금붕어 정도 크기의 물고기에게는 자칫 먹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