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외딴 거주지, 트리스탄다쿠냐 섬
트리스탄다쿠냐의 지리적 위치
대서양 남단에 위치한 트리스탄다쿠냐(Tristan da Cunha)섬은 사람이 거주하는 곳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인간 거주지이다. 면적은 불과 98㎢의 작은 섬으로 오직 배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곳이다.
가장 가까운 유인도인 세인트헬레나와는 2161km나 떨어져 있으며, 가장 가까운 내륙도시인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과도 2432km 떨어져 있다. 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는 3360km, 포클랜드 제도와는 3902km 떨어져 있으며, 영국령이지만 수도 런던과도 8589km의 거리에 있다.
▲ 트리스탄다쿠냐 위치
■ 트리스탄다쿠냐 정보(2021년 기준)
– 면적: 98㎢
– 인구: 243명
– 수도: 에든버러 오브 더 세븐 시즈(Edinburgh Of The Seven Seas)
– 언어: 영어
– 종교: 기독교, 성공회, 로마 가톨릭
– 화폐: 파운드(영국)
– 총독: Philip Rushbrook (세인트헬레나에 거주)
– 행정 관리관: Fiona Kilpatrick, Stephen Townsend (공동운영)
– 주민대표: James Glass
최초 발견과 지형
트리스탄다쿠냐는 남대서양 화산 열도의 일부로 포르투갈의 탐험가 트리스티앙 다 쿠냐(Tristão da Cunha)에 의해 1506년 최초로 발견되어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이후 조사단이 1767년에 상륙하기도 하였지만 1810년까지 사람은 전혀 살지 않았던 무인도였다.
트리스탄다쿠냐제도는 몇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고프(gough)섬은 트리스탄다쿠냐의 395km 남동쪽에 위치하고, 아이낵세시블(Inaccessible)섬과 나이팅게일(Nightingale)섬은 트리스탄다쿠냐의 35km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 Inaccessible Island: 14㎢ (깎아지른 지형 탓에 정박이 불가능해 붙여진 이름)
– Nightingale Island: 3.4㎢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아닌 영국의 선장 가말리엘 나이팅게일의 이름을 딴 섬)
– Middle Island: 3.2㎢
– Stoltenhoff Island: 0.1㎢
– Gough Island: 68㎢
트리스탄다쿠냐는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일한 평지는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수도 ‘에든버러 오브 더 세븐 시즈(Edinburgh Of The Seven Seas)‘이다.
섬의 가장 높은 지점인 퀸 메리 화산(Queen Mary’s Peak)의 정상은 2,062m로 한국의 한라산보다 높은데, 이는 남대서양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17세기 동인도 회사는 선장들에게 퀸메리 화산을 등대삼아 항해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고프(Gough)섬의 기상센터에 근무하는 6명의 직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섬은 모두 무인도이다
인구 구성
거주민들은 1816년부터 1908년 사이 섬에 들어온 15인(남성 8, 여성 7)의 후예들이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영국,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었으며 현재 섬에 남아있는 7개의 초기 성씨는 아래와 같다.
▲ 최초 정착민 15인
– Glass (William, 1861년 스코틀랜드)
– Green (Peter, 1836년 네덜란드)
– Hagan (Andrew, 1849년 미국)
– Lavarello (Gaetano, 1892년 이탈리아)
– Repetto (Andrea, 1892년 이탈리아)
– Rogers (Thomas, 1836년 미국)
– Swain (Thomas, 1826년 잉글랜드)
2021년 현재 섬에는 243명의 주민이 등록되어 있으며, 이중 교육과 직업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은 15명이다. 그밖에 외지에서 들어온 공무원 및 근로자들과 그 가족은 19명으로 247명이 실거주하는 중이다.
▲ 주민구성과 인구 피라미드
세계에서 가장 외딴 기관들
이곳에 있는 모든 기관들은 자연스럽게 ‘세계에서 가장 외딴’이라는 머리말이 따라붙는다.
1. 세계에서 가장 외딴 병원
▲ 병원 외관
10년 전만 해도 의사 1명과 5명의 간호사만이 있던 트리스탄다쿠냐 섬은 어려운 수술에는 제약이 있었으며 심각한 질병이나 응급사고는 근처(?)의 케이프타운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근방을 지나가는 선박들과 이송 협약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먼 거리 앞에서는 어떤 응급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었고, 여러 노력 끝에 2017년 6월 7일에 카모글리 헬스케어 센터(The Camogli Healthcare Centre)가 문을 열었다.
▲ 병원 내부
새 병원은 24시간 대기 중인 2명의 외부 의사와 2명의 외부 간호사, 4명의 현지 간호사, 2명의 치과기공사들이 있으며 응급실과 엑스레이실, 병리학 실험실, 구급차까지 갖추고 있다.
▲ 구급차는 지금까지 경광등과 사이렌을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다.
의료진은 일상적인 진료는 물론이고 맹장염, 골절, 자궁외 임신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마취 수술도 가능하다. 하지만 복잡한 수술이나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는 여전히 케이프타운으로 이송하는 게 원칙.
매년 9월이면 치과의사가 섬을 방문하여 전체 주민들을 진료하며, 비정기적으로는 안과의사도 방문하여 수술도 시행하고 있다. 30분이면 끝날 진료를 위해 환자들이 왕복에 한 달 이상씩 소요(항해는 왕복 2주 정도 소요되지만 운항 스케줄에 맞춰야 하기 때문)하며 케이프타운을 다녀오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
2. 세계에서 가장 외딴 학교
트리스탄다쿠냐의 세인트메리 스쿨(St Mary’s School)은 1975년에 문을 열었다. 그 이전에는 교육을 받기 위해 아이들은 영국과 케이프타운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섬을 떠나기 힘든 대부분의 아이들은 섬을 방문하는 지식인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의 가르침에 의지해야 했다.
현재 학교는 3세에서 16세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으며 연령별로 5개의 교실과 도서관, 컴퓨터실, 요리실, 과학실, 강당을 갖추고 있다.
3. 세계에서 가장 외딴 묘지
섬에는 연대별로 세 곳의 공동묘지가 있다. 초기 정착민들의 공동묘지, 1923~1975년의 묘지, 그리고 1975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는 곳이다.
▲ 초기 | 중기(1923~1975) | 현재(1975~ )의 묘지
1961년, 화산 폭발로 주민들이 섬에서 대피하고 수년 후 돌아왔을 때 가족의 무덤 위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이유로 주민들은 힘들게 복원한 공동묘지를 더욱 소중히 여기며 매주 꽃을 들고 방문하며 가족을 추억하고 있다.
섬주민 중 누군가 사망하면 어선은 조기를 내걸고 평일이라면 조업을 중단한다. 섬의 술집인 앨버트로스 바(Albatross Bar)는 영업을 중단하고 유족을 위해 각 가정의 파티도 취소한다.
▲ 세계에서 가장 외딴 성당
극도로 외딴 곳인 반면,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족과도 같이 결합되어 있어서 병원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주민들이 모두 참석하여 위로를 나누게 된다. 여성들은 꽃을 모아 화환을 만들고 성당에서 예배를 한 후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슬픔을 함께 한다.
4. 세계에서 가장 외딴 우체국
▲ 외딴 우체국 로고와 건물
트리스탄다쿠냐 우체국은 지리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외딴 우체국이지만 트리스탄다쿠냐의 주산업 중의 하나가 우표 수출인 관계로 가장 세계무역시스템과 동기화되어있는 부문이다. 하지만 2005년에야 영연방으로부터 우편번호를 부여받는 서러움도 겪었다.
▲ 지금은 우편&관광센터(Post&Tourism)가 되었다.
5. 세계에서 가장 외딴 인프라
▲ 2013년에 설치된 가로등과 섬의 야경
트리스탄다쿠냐에는 2001년까지 TV가 없었다. 라디오가 외부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으며 2003년에야 위성장비가 설치되었다.
이후 군대를 위해 전송된 방송을 다운로드하여 트리스탄다쿠냐의 각 가정으로 송출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역시 대역폭이 제한적이어서 비디오나 대용량 첨부파일은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
상하수도 역시 현재는 많이 개선되었다. 섬의 가장자리를 흐르는 강은 과거 이곳을 지나가는 범선들의 식수원이었는데, 지금은 수도 파이프를 통해 섬 전체에 공급되고 있다. 또 각 가정은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고 있으며 오물은 바다로 배출된다.
▲ 수도시설과 정화조
섬의 육로여행은 정착지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도보로 이동하지만 관광객과 고령자들을 위해 주요 장소 사이에는 디젤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 섬을 이동하는 버스
섬의 행정 관리관
현재 트리스탄다쿠냐의 관리관은 2020년 1월 23일에 섬에 도착한 피오나 킬패트릭(Fiona Kilpatrick)과 스티브 타운젠드(Steve Townsend)부부로 공동 행정이 시행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부부는 3개월씩 업무를 번갈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스탄다쿠냐 관리관은 영국 외무부(Foreign and Commonwealth Office) 소속으로 섬 의회의 의장으로 활동한다.
한편 이전 관리관이었던 숀 번즈(Sean Burns)는 섬 생활이 만족스러웠는지 2010~2013년에 이어 3년 후 2016~2020년에도 관리관을 역임하며 최장수 트리스탄다쿠냐의 관리관으로 기록(6년 5개월)되어 있다.
▲ 숀 번즈 시절의 섬 의회
그는 1978년 영국 외무연방성(FCO)에 입사하여 한국의 서울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는데, 2020년 3월 15일부터는 트리스탄다쿠냐와 같이 세인트헬레나 섬 산하에 있는 어센션 섬(Ascension Island)의 관리관에 취임하는 등 외딴 곳에서의 근무에 최적화된 인물인 듯하다. 어센션 섬 역시 인구 800여 명의 외딴 섬이다.
▲ 어센션 섬에 취임하는 모습과 한국 근무 당시 제주도 방문 모습
두 번째 임기중이었던 2017년 9월에는 딸 켈리(Kelly)가 트리스탄다쿠냐의 주민과 결혼했기 때문에 딸을 보려면 트리스탄다쿠냐를 다시 방문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특히 딸 켈리는 트리스탄다쿠냐에서 의원으로 선출되며 섬에 뼈를 묻을 모양새다.
▲ 관리관 가족과 원주민 최초의 결혼식
섬을 방문하는 법
트리스탄다쿠냐로 들어갈 수 있는 정기선은 오직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만 탑승할 수 있는데, 운항 스케줄은 미리 공지되며 몇 달 전에 예약을 마쳐야 한다. 이 스케줄을 놓치면 크루즈 여객선이나 비정기선인 남극 연구선 외에는 섬에 들어갈 방법이 없으므로 운항 스케줄 확인은 필수이다.
▲ 2019년, 섬에 입항하는 MS Bremen
2020년에는 관광객을 태우는 MFV Edinburgh와 MV Baltic Trader가 총 14회 운항하였지만,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섬주민이나 영국 정부의 필수업무를 수행하는 외의 관광목적의 방문은 금지된 상태이다.
▲ 2020년 운항 스케줄
또 제한된 탑승인원으로 우선순위가 적용되는데 의료인, 현지 공무원, 결혼식 등 긴급용무가 있는 승객이 우선이다. 즉 개인 관광객은 운이 나쁘면 여행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왕복요금 성인 1000달러, 15세 이하 500달러, 2세 이하 무료)
무작정 섬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트리스탄다쿠냐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상에 따라 출발과 도착 일자가 유동적이므로 일반적인 여행처럼 휴가기간에 맞춰 방문한다는 것도 힘든 곳. 방문을 위한 절차는 아래와 같다.
▲ 수도 에든버러 오브 더 세븐 시즈의 중심가
우선 tourist@tdc-gov.com으로 이메일을 보내 방문 목적, 날짜, 국적, 나이, 원하는 숙박시설 등을 알리고 체류허가를 받아야 한다. 섬 협의회는 방문자의 범죄기록을 요청할 수 있고,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할 경우 입도를 거부할 수 있다.
섬에서 신용카드와 개인수표는 사용할 수 없으며, 현금은 섬의 재무부에서 유로, 달러, 랜드화로 환전이 가능하다.
트리스탄다쿠냐는 파견된 공무원을 포함하여 300명 미만의 작은 커뮤니티이기에 외지인과 관광객들에 대한 환대는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박은 홈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홈스테이의 경우 침대와 세끼 식사, 세탁 등을 제공하며 1인당 1박에 50파운드이다. 게스트하우스는 1박에 25파운드이며 가스와 전기요금은 별도로 부과된다. 게스트하우스 임차인들은 미리 예상 체류일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도 납부해야 한다.
주요 명소
1. 우편 및 관광센터
우체국은 관광센터를 겸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섬 방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트리스탄다쿠냐의 우표, 현지의 양모사, 주민들이 직접 만든 양말, 섬을 상징하는 록호퍼 펭귄 인형 등을 구입할 수 있다.
2. 카페 다쿠냐(Café da Cunha)
카페 다쿠냐(Café da Cunha)는 현지인들의 역사와 정착민들의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과 카페를 겸하고 있다.
3. 초가집 박물관(Thatched House Museum)
초가집 박물관은 화산암과 난파선에서 가져왔을 목재를 이용해 지어진 초기 정착민들의 집이다. 2012년 개관하였으며 이곳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최대 2명이 숙박할 수 있으며 점심식사를 포함한 1박에 100파운드(한화 약 15만 4천 원)
4. 파크 61(Park 61)
▲ 파크 61 하이킹
1961년 화산 분화로 인해 2년간 영국으로 대피 생활을 했던 사건을 기념하는 곳이다. 방문자들은 하이킹을 할 수 있으며, 화산 옆에는 분화 50주년을 기념해 파크 61로 명명된 화산공원이 있다.
5. 러브 아일랜드(Love Island)
퀸 메리 화산(Queen Mary’s Peak) 정상에는 하트 모양의 분화구 호수가 있으며 연인들을 위한 방문지로 홍보 중이다.
외딴섬의 코로나19(COVID-19)대처
트리스탄다쿠냐섬은 세계에서 가장 외딴 곳이라는 특징답게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웠다.
하지만 2020년 7월, 섬에 식량과 연료 및 의약품 등을 보급하는 배의 선원 한 명이 확진되면서 탑승자 모두가 격리에 들어가는 등 트리스탄다쿠냐에도 코로나의 영향력이 미치기 시작했다.
▲ 정착지 전경
현재 섬으로 들어오는 배는 필수품을 나르는 보급선 한 척(MFV Edinburgh)뿐이며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선박 입항은 물론 관광객을 받지 않고 있다. 관광객은 0이 되고 주요 산업인 랍스터 낚시, 남아프리카 우체국 폐쇄로 인한 우표 수출 감소까지 이어지며 트리스탄다쿠냐에도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발생한 형편.
다행히 2022년 초에 시작될 크루즈 여객선에 대한 임시예약이 쏟아지면서 전염병만 사라진다면 다시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물론 섬 자체가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으므로 섬 내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은 예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누리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외딴곳이라는 특징이 팬데믹 상황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아이들
2021년 4월 23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어렵게 섬에 도착했다.
▲ 백신 도착과 접종하는 모습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초저온상태에서 보관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트리스탄다쿠냐의 특별히 먼 거리 때문에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영국 해군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며 포클랜드 제도를 거쳐 수송에 성공하였고, 4월 28일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첫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