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흘려 비를 부르는 멕시코의 기우제
전 세계에 농경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파종시기에 기우제를 지내는 모습이 현재도 여전히 남아있는 곳이 많다. 풍작을 위해서는 풍부한 강수량이 제 1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멕시코 게레로 주에 있는 나후아 마을에서 행하는 기우제는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처절한 기우제라고 부를 만하다.
▲ 나후아 마을 위치
매년 5월, 파종이 끝나고 나면 마을의 여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전투를 벌인다. 여기서 ‘전투‘란 운동시합 등을 가리키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닌, 말 그대로 이종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피 튀기는 싸움이다.
이런 싸움을 하는 의미는, 남자들은 땅을 경작하고 여자들은 ‘피의 비‘를 땅에 내리게 해 흙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
▲ 전투 후 먹을 식사를 미리 준비하는 여성들. 피를 흘리는 싸움이기도 하지만 축제이기도 한 것이다.
▲ 저녁에 모인 두 그룹의 여자들.
▲ 각 그룹 대표 선수들의 싸움이 벌어진다.
▲ 누구든 피를 많이 흘릴수록 기우제는 대성공하게 된다.
▲ 풍년을 예감하는 출혈.
▲ 미래의 전사가 될 소녀들이 경기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이 풍습의 기원은 아즈텍 족의 비의 신 ‘틀라로크(Tlaloc)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오랜 옛날, 말다툼만을 일삼는 두 그룹에 진절머리가 난 틀라로크는 ‘비’를 훔쳐 산으로 숨어버렸다. 사람들은 틀라로크에게서 비를 되찾는 데는 성공했지만 산을 내려오며 서로 비를 빼앗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전설을 기억하고 가뭄이 오지 않도록 말다툼이 아닌 진짜 싸움을 통해 뿌려진 피를 대지에 바쳐 비를 부르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