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TV 손목시계, ‘세이코 TV워치 DXA001’
손목시계형 IT기기는 2021년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너무 흔해져서 그리 놀라운 제품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을 돌려놓고 생각해보면 스마트 워치에 열광하기 시작한 게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140년 역사의 시계 전문 브랜드 세이코(SEIKO)는 그보다 오래전에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 TV(World’s first TV watch)를 내놓은 바 있다. 거기에 더해 시판 연도가 ‘1982년’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더욱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 SEIKO TV-WATCH DXA001
바로 위의 상품이 텔레비전 방송과 라디오 수신이 가능한 세이코의 티비워치(TV-WATCH DXA001)
최첨단 IT 제품답게 시계의 가격은 108,000엔(당시 약 425달러)으로 높게 책정되었다. 스테인리스 바디에 40x49x10mm의 크기, 80g의 무게로 보통의 손목시계와 별다른 차이 없이 휴대할 수 있었으며 1.2인치의 액정화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함정(?)으로 시계만의 스펙이었다.
▲ 시계보다 훨씬 큰 수신기
시계를 통해 TV를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수신기를 연결해야 했고, 게다가 전용 이어폰을 꽂아야 소리 청취가 가능했다. 게다가 수신기의 무게는 시계 무게의 2배가 넘는 190g. 두 개의 AA 배터리 무게는 별도였다.(배터리 업체별로 다르지만 대략 20~30g)
여기에 스피커나 헤드폰을 연결하게 되면 그냥 소형 TV를 들고 다니는 게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모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전형적인 예시였다.
▲ 티비워치 카탈로그
완충된 배터리로는 5시간의 TV 시청이 가능했고, FM 라디오뿐만 아니라 83개의 TV 채널을 수신할 수 있었다.
▲ 광고 속 화상(좌) | 실제 화상(우)
하지만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광고 속 화질과 실제 화질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32만 화소의 흐릿한 흑백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구매자는 돈 자랑,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술 과시용 상품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영화 ‘007 옥터퍼시’에 등장한 세이코 티비워치
물론 실용성은 떨어져도 당시에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최첨단의 제품이었기에 영화 007 옥터퍼시(Octopussy, 1983)에 주요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는데, 영화 속 제품은 모양도 실물과 차이가 있었지만 실제 제품은 채택하지 않은 컬러 화면을 구현하고 있었다.
▲ 미국판 패키지
1983년 9월에 세이코는 티비워치의 미국 버전인 TV-Watch T001-5019 DXA002을 495달러에 미국 시장에 내놓았으며, 이듬해인 198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TV 세트’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