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24] 화홍(花紅, 기생)
성은 원(元)이요 이름은 화홍이라.
시골(고향)은 평양이요 연기는 이십이라.
8세부터 평양에서 동기로 지냈고, 14세에는 경성으로 올라왔다.
오기는 무슨 일인고. 좋은 인연이 있음이요.
지금은 무엇인고. 무부기조합의 기생이라.
재주는 묻지 마라. 양금, 가야금, 가사, 시조, 수심가, 놀령이 무비절창이로다.
성질은 온순하고 얼굴은 강명하며 손님을 대하면 상글상글 아리따운 태도가 흐르는 듯한 것이 진실로 화홍이의 칭찬처라.
장구 끼고 소리할 적에는 잠긴 용이 춤을 출 듯.
「세월 네월 네 가기 좋다고 판판대로에 배 잡아타고 채질 하는 듯 네 가지를 마라. 일만장안의 선녀호걸이 다 늙는다」
는 화홍의 첫째 장기로다.
▲ 원화홍(元花紅)
“아이고, 제 신세는 말씀 마십시오. 유정고인과 작별한 지가 벌써 일 년이올시다. 그 일을 생각하면 참말 얼굴이 다 못될 지경이지요.”
“남들은 기생 노릇하다가 들어앉으니까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지를 몰라요. 그런 사람이 다시 이 노릇을 합니다그려, 세상 일이 어찌해서 그렇게 여의치 못한지요.”
“어려서는 소리도 잘하고 율도 남부럽지 않게 하더니 몇 해 동안 중지한 까닭으로 지금은 모두 서툴러졌어요.”
“남은 얼굴로 손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면. 저는 마음으로 손님의 환영을 사려는 마음이올시다… 하하하…”
왼편 뺨에 사마귀는 더욱 귀인성스럽구나.
【매일신보 1914.02.26】
– 연기(年期): 일 년을 단위로 하는 기간. 나이
– 동기(童妓): 아직 머리를 얹지 않은 어린 기생
– 무비절창(無比絕唱): 아주 뛰어나서 비길 데가 없는 명창
– 잠긴 용:아직 승천하지 않고 잠수 중인 용. 주로 ‘잠룡(潛龍)’이라고 쓴다.
– 채질:채찍으로 치는 일
– 일만장안(一萬長安): 사람이 매우 많이 사는 서울을 이르던 말
– 유정고인(有情故人): 사별한 남편
– 못되다: ‘여위다’의 방언
– 귀인성(貴人性): 신분이나 지위가 높고 귀하게 될 타고난 바탕이나 성질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