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25] 산호주(珊瑚珠, 기생)
작년 6월부터 무부기조합에 입참한 기생은 산호주라.
고향 전라도 담양에 있을 때는 화려하고 아담한 얼굴이 일도내의 절색으로 사람마다 욕심하며 사방에서 통혼하는 곳이 많았더라.
그러나 산호주는 항상 마음이 남의 집 현모양처가 되기를 원하던 터였으나 호사에 다마요, 미인에는 박명이 많은 법이라.
어쩌다 잘못되어 소실로 시집가니 남편은 떠나고 싶지 않으나 큰마누라의 샘으로 하여 간신히 4년 동안을 지내고 할 일 없이 부부가 동서로 손님을 면치 못하니 산호주는 세상에 허무함을 한탄하는 끝에 경성으로 올라왔으니 지금의 방년 29세라.
▲ 산호주(珊瑚珠)
그 꿈이 다 깨이지 못하여 길일양신이 다시 돌아왔던지 의중지인을 상봉하여 원앙의 꿈이 깊었음도 며칠이던고.
무정세월이 이별을 다시 주니 한번 이별도 어렵거든 일생에 두 번 견디기는 산호주로 하여금 한숨과 눈물이 개일 날이 없으리라.
▲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못 살네라. 못 살네라. 정든 남편을 그리워 못 살네라」
하는 것은 과연 산호주의 요사이로부터 새로 깨우치는 소리가 아닌가.
율도 잘하고 경향소리도 잘하며 춤도 잘하는 기생은 산호주가 제 일등이라 하겠도다.
“저는 주의 잡기를(다짐하기를) 어떠하신 손님이든지 흔연대접하기로만 목적을 하고 일평생을 되어가는 대로 지내려 합니다.”
【매일신보 1914.02.27】
– 무부기조합(無夫妓組合):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들의 단체
– 일도(一道): 도 전체
– 통혼(通婚):혼인할 뜻을 전함
– 호사다마(好事多魔):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많음
– 소실(小室): 정식 아내 외에 데리고 사는 여자
– 길일양신(吉日良辰):운 좋은 날과 좋은 시절
– 의중지인(意中之人):마음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 인연
– 율(律): 음악
– 흔연대접(欣然待接):기꺼운 마음으로 잘 대접함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